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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리해고 2년, 쌍용차는 살아났을까 (주간경향)
등록일 2011-09-01 11:00:51 작성자 운영자
조회수 4194 연락처  
[사회]정리해고 2년, 쌍용차는 살아났을까
2011 09/06ㅣ주간경향 941호
ㆍ판매대수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계속… 정리해고·무급휴직 노동자 대책 ‘감감무소식’

2009년 8월 13일 쌍용차는 체어맨, 렉스턴, 카이런 등 완성차 70여대를 생산했다. 5월 22일 시작된 쌍용차 노조 공장점거 이후 84일 만이었다. 파업은 8월 4일 경찰 강제진압으로 종료됐다. 8월 6일 쌍용차는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정리해고자 974명 가운데 640여명을 무급휴직·전직·희망퇴직 등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974명 가운데 370여명만이 회사로 돌아갔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옥쇄파업을 벌이던 지난 2009년 7월 23일, 파업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이 근무교대를 위해 특수 제작된 방패벽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훌쩍 2년이 지났다. 인력 감축을 통한 쌍용차 정리해고 계획은 ‘회사의 회생’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됐다. 쌍용차는 살아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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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108311405321

쌍용차는 그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인도의 자동차업체 마힌드라는 쌍용차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1월에는 정식 인수 절차가 끝났다. 올해 2월 쌍용차는 신차종 코란도C를 선보였다. 3월에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눈에 보이는 지표들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절반씩 섞여 있다. 판매대수는 늘었다. 2009년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판매대수는 3만4936대였다. 2010년에는 8만215대로 늘어나 8만2405대를 판매한 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 올해는 3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1만대 이상을 팔면서 상반기에만 5만5000여대를 팔았다.

반면 2008년 이후 영업손실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753억원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은 2009년에는 매출액 대비 8.3%였지만 최근에는 4.7%로 떨어졌다. 애초 7~8월로 예정됐던 중장기 발전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지난 3월 신차 개발 및 브랜드 구축을 위해 2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재원 마련은 쌍용차가 하도록 돼 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의 진단은 어떨까. 일단 가시적인 지표에 대한 판단은 긍정적이다. 정명기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이전처럼 나쁘지는 않다. 내수가 (수출보다) 모자라긴 하지만 수출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물량으로 3만2000여대를 팔았고 수출물량으로 4만7000여대를 팔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회사가 살아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정리해고안 발표-파업 등으로 이어지던 위기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났다는 얘기다.

회생 관건은 신차 개발과 투자
향후 쌍용차가 완벽하게 정상궤도에 올라서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후속 신차종 개발이다. 전통적으로 쌍용차 주력제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김필수 교수는 차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차종이 투입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코란도C가 전부다. 판매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후속차종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다. 요즘 자동차업계는 신차종 투입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졌다”며 “체어맨은 사실상 벤츠 기술이고 쌍용차가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진 않다.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앞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명기 교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만 만든다면 장래성은 없다”면서도 차종 다양화만이 해답은 아니라고 봤다. 정 교수는 “쌍용차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자동차업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도 틈새시장이 있기 때문에 경영을 잘 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디젤엔진 기술에 강점이 있는 쌍용차가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고효율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투자다. 투자의 열쇠는 마힌드라가 쥐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마힌드라가 쌍용차가 제조 라인업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빨리 지원해야 한다. 올해 모터쇼에서 쌍용차가 신차를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새 모델을 양산하려면 2~3년이 필요하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양산이 가능하단 얘긴데, 그렇게 되면 신차 출시 간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마힌드라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다. 인도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트랙터 제조에 특장점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제조 기술은 쌍용차에 뒤진다. 정명기 교수는 “인도 자동차업계는 한국과 비교해 후발주자다. 기술적으로는 쌍용이 도움을 받을 게 없다”며 “마힌드라가 신차 개발과 연구개발에 돈을 쏟아부어야 쌍용차에 실질적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상하이자동차의 전례, 마힌드라는 다를까

지난 2009년 7월 29일 경기도 평택 법원삼거리에서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위에 경찰 헬기가 떠 있다. / 남호진 기자
마힌드라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은 데는 인도 기업들에 대한 한국 기업의 이해도가 아직 낮다는 점, 쌍용차 인수 후 마힌드라의 행보를 평가할 만한 시간이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자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의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외국자본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쌍용차에 대한 투자 약속은 지키지 않고 기술만 빼낸 뒤 손을 떼버린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전례 때문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은 “자동차업계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마힌드라도 상하이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며 “쌍용차의 기술이 필요해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가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명기 교수는 “한진중공업은 국내 기업인데도 조금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인도 기업인 마힌드라가 손을 털어버린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쌍용차를 외국자본에 매각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서는 국가의 역할이 비판의 초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매각만을 쌍용차 정상화 방안의 해법이라고 봤다는 비판이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지난 1월 24일 국회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은 기반산업을 육성하고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국책은행인데 채권회수만을 목적으로 할 뿐 기술유출을 방치하는 등 국가산업정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매각을 늦추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을 택하지 않고 부실자산 회수를 목적으로 매각을 서두른 탓에 투자자에게 좋은 일만 시켰다는 얘기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6년 상하이자동차의 기술유출 혐의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다. 검찰은 이후 압수수색 등을 통해 기술유출 혐의를 포착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이 종료된 후에야 기소했다.

쌍용차는 “매각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걱정을 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인도 마힌드라라는 기업이 선진국이나 세계적 자동차제조업체에 비해 생소하긴 하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다르다. 마힌드라는 상하이자동차에 비해 쌍용차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5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마힌드라가 외국과 맺은 계약 중 가장 큰 액수다. 물론 비즈니스에 100% 확신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 정도 자금투입을 하고 단기간에 손을 털기는 어렵다.”

구조조정 이후 자살·지병으로 15명 사망
남상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부장은 “뭘 하겠다는 계획만 있지 집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쌍용차에는 연구개발 인력이 거의 없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없고 신차 개발 일정이 불투명해 많은 인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적 지표에서 쌍용차가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정리해고·무급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쌍용차는 2009년 4월 8일, 2646명을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2405명은 희망퇴직으로, 468명은 무급휴직으로, 159명은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났다. 116명은 정리해고 대상이 아니었지만, 파업 가담 등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44명)와 징계정직(72명)으로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2009년 4월 8일 구조조정안 발표 당일 노동자 한 명이 자살한 이후 지금까지 15명이 해고 충격에 따른 자살 또는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이후 이처럼 많은 인원이 사망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구호로 그칠 수 없는 이유다.

쌍용차는 점거파업 종료 직후인 2009년 8월 6일 노사 합의에서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실질적 방안으로 주간 연속 2교대를 실시한다”고 했다. ‘순환근무가 가능한 생산물량’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쌍용차는 현재 무급휴직자에 대한 회사복귀 일정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은 8월 22일부터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명이 15시간씩 돌아가며 45일 동안 밤낮으로 이어가는 릴레이 1인 시위다. 정리해고자·휴직자·징계해고자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호소하는 시위다.

징계해고자 일부는 회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8월 25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징계해고자 8명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징계해고자 8명이 파업에 참가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하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8명은 2009년 정리해고 대상 인원 2646명 중 0.3%에 불과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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