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날이 후퇴하는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의 삶을 방어하기 위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창립을 선언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집약적 산물인 투기자본의 횡포로 말미암아 시민의 삶이 시시각각 악화되는 오늘,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다. 우리는 투기자본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적 공론을 활성화하고,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자기 방어투쟁에 기여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정부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 정책 결정자들이 수용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다름아닌 복지삭감, 금융자유화, 사유화, 규제완화 등이 그 핵심 내용인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의 세계화다. 그러나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조차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국가가 경제를 다소 규제했던 시기에 비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된 최근 20년 동안 제3세계의 평균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 정책은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는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를 터무니없이 벌려 놓았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모두에서 공공서비스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다국적 기업들이 모든 곳에서 공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극적인 시장개방과 각종 규제를 폐지함에 따라 97년 경제위기 이전보다 한층 종속성이 심화되었고, 초국적 금융자본의 영향력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미 외국자본은 국내 주식시장의 43%, 시중은행의 65%, 우량기업의 50%를 점했다. 또한 외자유입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른 산업과 연관성이 낮고, 생산수단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부의 국외유출이 증대되는 등 실물부문에서의 종속심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외자유입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횡포다. 국내에 진출한 투기성 단기자본은 대체로 시세차익을 챙기고 곧장 다른 대상을 찾는 수법을 보이고 있다. 투기자본은 생산적 분야에 투자하여 일자리를 늘리기는 고사하고, 기업 활동을 지속하는 것조차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량해고와 고배당, 자산매각, 자사주매입, 유상감자를 통해 오직 주주자신만의 이윤확보에 골몰할 뿐이다. 이런 수법으로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천문학적 규모의 이득을 챙기고도 세금 한 푼 제대로 물지 않는다. 요컨대 ‘주주이익 극대화’를 명분으로 공익을 저해하며 자기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이들 투기자본이야말로 사회의 공적이다.
오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해악적 결과는 세계의 두 영역에서 극단적인 사례를 보이고 있다. 부시정부가 주도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이 군사적 영역의 사례라면, 다른 하나는 한국과 멕시코 등에서 극심한 시장개방과 투기자본의 횡포로 말미암아 시민의 삶이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세계 도처에서 항의에 직면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세계적 도전의 집결인 국제반전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이야말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다.
투기자본의 이윤보다 인간의 삶이 우선이라 여기는 우리는, 지금부터 투기자본 감시활동을 본격적으로 펼 것이다. 우리는 투기자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상황의 심각성을 알릴 것이다. 또한 이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필요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촉구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위해 노력하겠다. 나아가 우리는 투기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는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과 호흡을 함께하며, 세계적 차원에서 연대를 모색할 것이다.
2004년 8월 25일
투기자본감시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