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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성호의 문화FOCUS] 리세스 오블리주 (세계일보)
등록일 2011-10-20 16:07:05 작성자 운영자
조회수 4379 연락처  
베스트셀러가 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작가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미 하버드대 교수가 ‘2011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위기와 월스트리트의 시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월가 시위와 관련 "금융위기 자체만이 아니라 정부의 대처방식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표출하고 있다"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자기 성찰 없이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불안한 미래를 예견한 것이다. 그는 곧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돈으로 살 수 없는 것:시장의 한계)를 출간할 예정인 가운데 산업자본을 옭죄는 금융자본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폴슨앤컴퍼니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살고 있는 미국 뉴욕의 5번가 641번지 건물 입구에 수취인을 '99%'로, 발행인을 '최상위 1%'로 한 5조 달러 모형 수표가 놓여있다.
금융이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산업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권만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급기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월가 시위를 거론하면서 “우리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지난 13일 일이다. 마이클 샐던이 ‘금융위기’를 지적한 바로 다음날이다. 두 사람의 발언은 동일선상에 있다.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경고를 대신한 것이다.        

국민의 입을 대변하는 금융소비자단체들도 앞 다퉈 금융자본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단체는 금융자본 규제와 공적자금으로 투입되는 세금은 금융기관이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얼마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자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공동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월가 시위의 세계적 확산이다.

금융자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사회화하는 행태다. 금융권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도 자기 배를 먼저 채웠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권에 공적자금 160조원을 지원한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는 작심하고 "금융회사를 지금처럼 건실하게 만든 것은 국민의 피땀"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 역시 얼마 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월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점에서,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조세와 금융제도의 형평성을 언급했는데, 월가 시위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다.

월가 시위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서민들의 예대금리 차이 장사로 배를 불린 금융권이 이를 사회에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배당잔치를 통해 이익 사유화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우리 금융권이 가진 금융자본 권력은 국민들의 피땀이 범벅된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권은 부(富)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리세스 노블리주(richesse oblige)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자선이 아니라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는 기본적 인식이다.

유성호(경제문화평론가·경제매거진 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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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gye.com/Articles/FAMILYGLOBAL/ECOLUMN/Article.asp?aid=20111019005274&cid=0106011900000&subctg1=19&subctg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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