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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 자본의 침략과 산업보호
등록일 2013-07-09 14:06:18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3551 연락처 02-722-3229 
중국 자본의 침략과 산업보호
 
 
최근, 내가 속한 투기자본감시센터(이하, 우리센터)에서는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인 논평을 낸 바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G2라는 경제대국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수천 년 문화대국과의 “인문”교류를 위해서도 그의 방중은 의미가 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시황제의 병마용갱(兵馬埇坑)을 방문하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우리센터의 비판 요지는 이렇다. 이번 중국 방문이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심신지려(心信之旅)”라는 아름다운 슬로건도 좋지만,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중국 자본으로부터 고통을 받은 국민들의 마음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 자본의 먹튀에 대해 책임을 따져 묻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그전에는 믿음도 마음도 없다!.. 등등의 내용이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 상하이차(上海汽车)의 먹튀로 발생한 “쌍용차 사태”로 수십 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죽었고, 수천 명의 해고자를 양산했으며, 77일 파업과 대량구속으로 평택이라는 지역사회와 한국사회 전체가가 감내한 고통은 너무도 크다.
2006년, 우리센터는 당시 노무현 정권의 쌍용차 중국매각을 반대하였고, 완성차기술이 무단으로 중국 상하이차로 도용되고 있음을 폭로하였으며, 이를 검찰 고발한 이래로 쌍용차 사태에 개입을 해왔다. 지금까지, 이 사태를 주시하여 내린 결론은 쌍용차 사태의 주범은 대한민국, 국가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반대를 억압하고 무분별한 매각을 강행한 당시 정권, 상하이차에게 대출을 해주어 채권단과 맺은 “특별협약”을 무력화시켜 쌍용차의 부실과 기술유출을 방치한 산업은행, 상하이차에 대한 고발을 묵살한 검찰, 상하이차의 회계조작을 통한 고의 부도를 묵인하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승인한 파산법원, 상하이차와 결탁한 대형 회계법인과 쌍용차 경영진, 쌍용차의 완성차 기술을 훔쳐 중국에 넘기고 일신의 영달을 차지한 연구소 임원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무력진압하고 또다시 수상한 인도 마힌드라 자본에게 쌍용차를 재매각한 이명박 정권 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국가기관들과 사회적 권력자, 전문가들, 쌍용차 내부의 권력자들이 총체적으로 모의해서 저지른 것이 쌍용차 사태이다.
 
하지만, 한국만 그런 수준의 국가범죄로써 쌍용차 사태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쌍용차 사태는 중국의 국가범죄이기도 한다. 작년 9월 국회에서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쌍용차 사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상하이차의 불법적인 기술유출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상하이차가 조기철수를 한 것인데, 상하이차 뿐만이 아니라 상하이시, 상무부 등 중국정부가 그 철수를 결정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상하이차의 철수를 협조한 것이다. 무수히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말이다. 이렇듯 쌍용차 사태의 책임이 1차적으로 중국에게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2006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직 후, 한국을 방문한 당시 상무부장 보시라이(薄熙來)가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인수에 반발하는 노동조합 단속을 요구한 바도 있었다. 보시라이는 부패독직, 부인의 암살 혐의, 유명 여배우와의 성추문으로 실각해서 온 천하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 중국 정치인이다.

중국은 상하이차의 범죄에 대해서 지금도 비호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는 우리센터가 앞장서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장이 3년 넘게 그대로 묻혀 있다. 내용은 대주주인 상하이차로부터 다른 소액주주(쌍용차 노동자)와 회사(쌍용차)가 큰 손해를 입었으니, 회사인 쌍용차에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대리한 이는 우리센터 공동대표인 이대순 변호사이다. 그에 따르면, 2009년 소송을 하고 재판은 한번인가, 열리고 지금까지 휴정상태이다. 이유는 중국의 오만과 억지 때문이다. 처음에는 송장의 원고인 한국사람 이름이 중국의 한자가 아니라 한글인 것이 문제가 되었다. 원고 “홍길동”은 자기들이 못 알아보겠으니, 한자인 “洪吉童”으로 바꿔오라는 것이다! 김정우(현 쌍용차노조 지부장, 구속) 외 1,779명의 사람 이름을 한자로, 그것도 현재 중국에서 쓰는 “간자체”로 옮기느랴 참 힘이 들었었다. 그래도, 피해 노동자를 생각해 어려운 작업 끝에 송장을 다시 제출했더니, 이번에는 주소가 상하이차로 해서는 않되고, 상하이차 총재 천홍(陳虹) 외 13명의 개별 주소로 각자에게 송장을 보내라는 것이다. 작은 시민단체인 우리센터가 무슨 수로 타국의 그들 개인 집주소를 파악하란 말인가! 한마디로 중국이 쌍용차 재판을 거부하고자 오만부당하게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 같지 않는 이유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재판을 열지 않는 판사도 한심한 자이다.

여기서 우리가 중국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상하이차는 중국의 국영기업(중국식으로는 국유기업)이다. 중국의 국영기업은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흔히 중국을 일체화된 중국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당정국가”, “일당독재”라고 한다. 중국의 총리와 장관은 모두 중국공산당 당원이며, 당에서 선출하고, 당에 책임을 진다. 중국의 공무원과 군대도 중국보다는 당에 충성을 한다. 국영기업들도 당의 것이다. 국영기업의 임원은 모두 당원이며, 당에서 선출을 하고, 당에 충성을 한다. 중국 4대 국영기업이라는 상하이차 총재는 장관급이라고 한다. 또, 현장의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법유출이 된 쌍용차의 완성차기술도 상하이차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기관인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 , 中國科學院)’으로 쌍용차에서 훔친 기술이 보내지고, 거기서 검토한 후 중국 전체 자동차 산업계로 보내어진다고 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둔갑을 해서 말이다. 따라서, 쌍용차 사태는 처음부터 고도의 음모로 진행된 상하이차와 중국의 먹튀이고, 국가 범죄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들의 목적은 중국은 쌍용차의 완성차 선진기술을 획득이고, 투자 미이행으로 동종의 경쟁업체인 쌍용차 부실, 나아가 쌍용차의 숙련 노동자의 대량해고로 국제 경쟁력 상실일 것이며, 이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생각된다.

역사상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18세기 인도 무굴제국이 내전 등으로 약화되자 영국 제국주의가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벵골지역을 장악했다. 당시 벵골지역에는 거대한 곡창지대였으며, 중국 양주(楊州)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독점적인 경쟁력을 지닌 면방직(모슬린) 산업이 성업 중이었다. 영국의 제국주의자 입장에서는 산업혁명기 자국 면방직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의 모슬린 산업을 파괴해야 했었다. 그래서, 모슬린 공장을 해체하고 직조기를 파괴했다. 더욱이 모슬린 산업을 영구히 파괴하기 위해 모슬린 제작 숙련노동자들의 모든 손을 자르는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다. 이후, 인도의 모슬린 산업은 붕괴되었고, 영국산 면방직 제품만 인도와 세계에서 유통되었다. 이 제국주의 야만의 사건과 쌍용차 사태는 매우 유사하다. 중국의 행태는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그 나라의 전통산업을 붕괴시키고 식민지 수탈경제로 전환시키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을 연상시킨다.
 
영국 = 중국,
동인도회사 = 상하이차(上海汽车),
무굴제국 = 한국,
벵골 모슬린 산업 = 쌍용차,
손목 잘린 노동자 = 정리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

딱, 이런 사건이다.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쌍용차뿐만 아니라 LCD생산을 하는 경기도 이천의 하이디스에서도 중국 국영 자본, BOE에게 먹튀를 당한 바 있다. 또, 중국 자본의 아프리카 자원 약탈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한중FTA 협상 운운하며, 중국 자본의 더 많은 투자를 더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마음과 믿음이 쌓인다는 헛소리는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원시절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을 발의한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그 법의 맹점은 많다. 무엇보다,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와 분야, 1800여 기업에 이르는 상장기업 숫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부 대기업의 몇몇 기술보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한계이다. 하지만,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한 국제 소송전에서 보듯이 초국적 대기업들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기술을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로부터 지킬 어떤 수단도 강구하지 못할 수준의 기업에 대한 대책이다. 동종업계의 후발업체나 정체불명의 사모펀드, 투자은행 등 투기자본은 경영권에 접근할 수준의 주식취득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이들의 목표는 경쟁업체의 몰락이나 이미 국제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었지만 자국과 일부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선진기술을 노릴 것이다. 특히, 신흥 경제강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동종업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 투자를 심사하는 경제관료에 대한 주의와 감시도 필요하다. 끝으로, 몇몇 핵심기술 규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인력에 대한 보호조치”이다. 숙련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도 사회적 비극이고, 기술개발 인력의 해외유출도 막아야 한다. 특히, 정리해고의 문제는 노동‧인권의 문제이지만, “산업보호”라는 관점에서도 중시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소비자 후생”과도 관련이 있는데, 국내의 숙련노동자들에 의한 생산이 중단되고, 해외의 미숙련 노동자들에 의한 생산은 “도요다 리콜”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은행과 주요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해외 매각정책”의 폐기이다! IMF외환위기 사태이후, 김대중 정권과 그 이후 정권들은 주요 기업과 은행 등에 대한 해외 매각정책을 추진하였다. 2011년 9월 현재, 상장 기업의 외국인 소유 지분은 평균 30%이고,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외국인 지분은 절반을 넘긴 51% 수준이다. 금융기관은 더 심하다. 2012년 10월 현재,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정부가 1대 주주인 우리금융(24%)을 빼고, KB금융(65%), 신한금융(63%), 하나금융(65%)의 외국인 지분이 모두 60%를 넘는다. 대부분 정체불명의 사모펀드나 투자은행인 경우가 많다. 즉 “투기자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자들은 자본시장을 넘어 주요 기업과 은행에서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경영이나 사회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반대로 단기적이고 투기적 수익, 먹튀에 몰두하고 있어 반사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경영의 위험은 계속 증대되는 것에 있다. 다른 말로, “재무적 투자”라고도 한다. 기업의 가치나 성장을 목적으로는 하는 “전략적 투자”와는 상반된 개념으로 오로지 빠른 시간 내에 투자차익만을 목적으로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계속 기업을 운영하고 한국에서 영업을 할 이유는 투기자본에게는 없다! 오로지, 단기 고수익이 필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은 쉽게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노출된다.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가 많으니 정리해고 할 때마다 주가상승 등 수익이 발생하고, 공장부지 등 보유 부동산이 많으니 매각할 때마다 현금은 쌓이고, 생산량에 딱 맞는 소비시장이 안정적으로 있으니 그에 따른 수익과 주식가치는 보장된다. 더욱이 해외시장까지 확보하고 있다면, 정부(중앙 또는 지방)의 세제나 보조금 지원기간도 끝난다면,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먹튀를 한다. 국내 사업장을 청산하고, 인건비 싸고, 구조조정이나 투기자본의 경영행태에 반대하는 “민주노조”가 없는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한다. 또, 이미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유한 경우가 많아 생산기술의 불법유출시 보너스로 엄청난 추가 수익을 볼 수도 있다. 최근의 불황도 이런 폐해의 반복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기업은 자본가의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지원해준 정부, 모두의 것이다. 이런 자본가의 배신은 반드시 규제되고 처벌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산업보호 일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은 이미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시민들에 대한 구제이다. 중국에게도 강력하게 쌍용차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국의 범죄부터 단죄된 후 가능할 것이다.
쌍용차 사태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과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조사와 같은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코,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나 자살한 노동자가 불쌍하니 이들을 구제해 달라 식의 태도는 쌍용차 사태의 진정한 해결이 아니다. 또는, 다시 쌍용차가 예전의 생산력을 복구했으니 현재 경영진이 선처를 해서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 식의 주장도 웃기는 소리이다. 쌍용차 사태는 경기변동기에 발생한 우발적인 실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상한 소리가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부에서 나올 때가 있는데, 불쾌하다. 마치, "정신대"할머니 문제를 "아시아여성기금" 같이 별도의 기금으로 해결하고, 제국주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 우익 권력자들의 태도와 유사하다. 따라서, 이는 무지가 아니다. 아마도 그들 속에는 쌍용차 사태의 공범들이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쌍용차 사태는 한국과 중국의 국가범죄이다. 반드시 진상규명,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사족(蛇足)을 하나 붙인다. 나는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존경한다. 요즘 밤에 읽고 있는 것도 초(楚) 나라 시인 굴원(屈原)에 대한 평전이다. 다음 번 중국 여행을 기다리며 밤마다 그가 빠져 죽었다는 멱라수(汨羅水)를 상상한다. 다만, 쌍용차 사태에서 시비를 따지고,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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