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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세피난처 명단에 김앤장 있을까
등록일 2013-06-24 12:49:31 작성자 장화식 / 공동대표
조회수 4697 연락처 02-722-3229 
박한철 헌재소장 청문회에서 김앤장의 불투명한 고용계약과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역시 김앤장 출신인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는 전격 사퇴로 검증을 막았다. 그러나 그의 해외 계좌 문제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지난 4월9일 국회에서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박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김앤장 근무 경력 때문에 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먼저 막대한 수임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한철 후보자는 2010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4개월 동안 2억4500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그는 수임료를 ‘타임 차지(시간당 계산)’ 방식으로 받았다고 답변했다. “김앤장의 공동사업자인 파트너로 관여했기 때문에 지분 배당을 받는 것이 원칙이고, 실제 일한 부분에 대한 시간 계산이 참작되도록 되어 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공동사업자로 관여해서 지분 배당으로 4개월 동안 총 2억4500만원을 받았다? 그러자 곧 의문이 일었다. 김앤장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것이며, 그 지분 구조가 어떻고 운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김앤장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국회에 소환되었다. 김앤장에서의 위상이나 역할로 볼 때 오너십을 가진 김영무 변호사가 출석해야 하지만 이 자리에는 법률사무소를 대표해 유국현 변호사가 나왔다. 어찌 보면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필자는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유국현 변호사 옆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졌다. “박 후보자를 영입할 당시 보수를 약정한 고용관계 계약서를 작성했습니까?” “박 후보자는 고용관계가 아닌 공동사업자이자 동업자로 영입돼 고용계약서가 없습니다. 공동사업자로 동업 관련 약정서를 썼고 100여 명의 파트너 전원이 이러한 형태의 약정서를 쓰고 있습니다(유국현).” 차분히 대답을 해가던 유국현 변호사도 김앤장의 구조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가 진행되자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운용약정서가 있다는데, 계약서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공동사업 운용에 관한 기본약정서’가 있는데, 동업자 상호 간의 약정이고 영업비밀이라서 밝힐 수 없습니다(유국현).” “그럼 공동운영의 파트너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출자금을 내거나 지분구조가 바뀌거나 지분 양도가 가능합니까?” “출자는 하지 않고, 지분 양도도 불가능합니다(유국현).” “그럼 그건 지분계약이 아니라 고용계약이잖아요, 형식상 지분계약이지만 양도도 안 되고 출자도 하지 않는 계약이 어떻게 지분계약이 됩니까, 실제적으로는 고용계약이죠.” “출자금을 내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계산을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유국현).” 실내 온도가 그리 덥지 않았지만 유 변호사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고용계약의 불투명성은 비자금 의혹으로 번져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앤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박한철 후보자가 2억4500만원의 수입을 신고했지만, 실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국세청에 신고한 수입이 3억5000만원 정도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 월급을 국세청에 과다 신고한 후 본인에게는 적게 주어 그만큼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법일 수도 있어 청문회장에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회계처리에서 빠진 돈의 존재도 드러났다. 박 의원은 “김앤장이 박 후보자에게 소득신고 이후 5000만원을 줄 게 있다고 통보한 적이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것을 거절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유국현 변호사는 “현재 그 5000만원이 회계처리가 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라고 인정했다. 유 변호사는 “박 후보자를 영입한 윤동민 변호사가 최근 암으로 숨졌는데 2년 동안 암 투병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지체한 부분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박한철 후보자를 김앤장에 영입할 때의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도 윤동민 변호사라고 덧붙였다.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의혹, 고용계약의 불투명성 등 모든 의혹을 숨진 윤동민 변호사라는 ‘블랙홀’로 몰아넣었다. 나머지 설명은 박한철 후보와 유국현 변호사가 적극 해명하는 방식이었다.

한편 역시 김앤장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던 한만수의 경우는 박한철 후보 때와 달리 최소한의 검증 과정조차 원천봉쇄되었다. 한 후보자는 3월14일 지명되었다가 3월25일 전격 사퇴했는데, 주된 사유가 세금 문제였다. 그는 2002~2005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950만원을 2008년에 뒤늦게 납부했다. 당시는 김앤장이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던 때였다. 또한 2006~2010년에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700만원은 2011년 7월에 납부했다. 문제는 이때 납부한 세금이 단순 신고누락이 아니라 해외 계좌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2010년 12월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는 국내 개인이나 법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의 잔액이 연중 하루라도 10억원을 넘으면 그 내역을 이듬해 6월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에 10억원이 넘는 해외 계좌를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 2011년 6월 첫 신고를 했다. 개인 211명이 9756억원, 법인 314개가 10조5063억원을 각각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한 후보자도 그해 7월 세금 1억6700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했다.

국회와 언론에서 곧장 김앤장의 해외 계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한 후보자의 해외 계좌는 2002년 12월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에 발생한 것으로 우리와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곧 한만수 후보자가 사퇴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추적은 유야무야되었다. 한 후보자는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로 복귀했다.

한 후보의 경우에도 박한철 후보 때처럼 청문회가 열려 관련 자료가 공개되고 질의와 대답이 있었다면 많은 의혹이 해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후보와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러한 기회를 스스로 봉쇄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와 계좌를 개설한 명단을 발표했다.

이제 관심은 ICIJ와 <뉴스타파>에서 발표하는 명단에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등장하느냐에 쏠린다. 비자금 조성과 해외 자금 은닉, 탈세 등은 범죄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조직의 권력 유지를 위한 물적 토대가 되기도 한다.


*바로가기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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