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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부가 투기자본 부추기고 있다” (주간경향)
등록일 2014-12-10 10:37: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138 연락처 02-722-3229 
“정부가 투기자본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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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처장, 공공기관의 사모펀드 투자 문제점 지적

IMF 이후 여러 해외 투기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기업을 인수한 뒤 차액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2003년 론스타가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인수하자, 투기자본이 금융기관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우려가 퍼졌다. 이후 투기자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2004년 8월 투기자본감시센터(투감)를 설립했다. 투감의 홍성준 사무처장을 만나 투기자본은 무엇인지, 적절한 규제책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홍 처장은 “투기자본을 상대로 외롭게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와 비슷한 취지의 단체가 많이 생겨야 투기자본도 마음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자본을 정확히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
“학술적으로는 투기자본을 여러 가지로 규정할 수도 있다. 핵심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편법·불법 등을 마다하지 않는 자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의미로 붙인 이름이 바로 투기자본이다. 투감에서는 2004년부터 ‘먹튀자본’이라는 말도 사용하고 있다.”



홍성준 투기자본 감시센터 사무처장. | 백철 기자

 

투기자본이 곧 사모펀드인가.
“투기자본의 형태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고, 외환이나 채권을 가지고 들어오는 자본도 있다. 조지 소로스 같은 경우 20여년 전 파운드화를 일부러 폭락시켜 한 달 만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쌍용차 대주주였던 상하이차는 사모펀드라고 할 순 없지만 투기자본의 수법을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쌍용차에 투자와 기술개발은 하지 않은 채 기술유출만 했다.”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사모펀드 규제가 심해서 기업 구조조정이 잘 안 된다는 입장인데.
“지금도 한국은 사모펀드 규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규제를 더 많이 풀어서 투기자본에 기업을 내준들 그게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 지난 10여년간 사모펀드가 개입해서 회사가 정상화되고 국민들 생활에 도움을 준 사례를 들어본 바가 없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실직이 발생하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든다. 또한 사모펀드는 이런저런 규정에 의해 면세혜택을 받는다. 경제에 이득은커녕 손해만 끼친 것 아닌가. 결국 규제완화는 국가가 하는 건 죄다 비효율적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논리다.”

투기자본의 위험성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나.
“익명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투기자본의 이름은 알지만 그 자본에 투자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 GP(펀드 운용자)는 알 수 있지만 LP(투자자)가 누구인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아프리카 마약자금이 들어왔는지, 북한 김정은의 돈이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국세청, 금융위 등에 자료를 요구해도 영업비밀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투기자본이 들어와서 금융기관이나 KT 등 공공성이 필요한 기업들을 장악했다. 그 결과 공공성은 약해지고 잦은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와 노동자 자살이 이어졌다. GP 입장에서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나 소비자 후생, 노동자 복지에 고민할 이유가 없다.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자금을 끌어다 썼고, 약정한 기간 내에 투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는 것만 신경쓸 뿐이다.”

한국 정부는 투기자본의 활동을 제대로 제어하고 있나.
“제어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투기자본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연금과 금융기관, 군인공제회 등이 여러 가지 사모펀드에 투자를 많이 했다. 2년 전 지하철 9호선 문제로 서울시와 맥쿼리가 다툴 때 우리 투감에서도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맥쿼리 임원이 사무실에 찾아와 자신들은 투기자본이 아니라며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나머지 해명은 다 반박했는데 이 부분은 난감하더라. 맥쿼리에 투자한 사람들이 연기금이나 군인공제회, 은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상의 공공기관들이 수익을 내라고 맥쿼리를 부추기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사실상 투기자본스러운 행태를 한 것이다.”

국가간의 경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자본이동을 막을 수 있을까.
“최소한 유럽연합(EU) 수준의 규제는 도입돼야 한다. EU는 2008년 이후 사모펀드 규제 여론이 일자 2011년에 ‘대체투자펀드 운용자 지침’을 새로 채택해 사모펀드의 활동에 제약을 걸었다. 이 지침은 지난해 7월부터 발효됐다. 투기자본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차입매수(레버리지)를 제한해야 한다. EU 지침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모펀드가 레버리지를 사용할 경우 어떤 유형을 사용하는지, 레버리지 자금의 출처는 어디인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정보는 EU 회원국 전체에 공유된다. 또한 금융감독기구가 원하면 레버리지 한도를 강제로 낮출 수도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은 막을 길이 없나.
“EU 새 지침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경우 해당 회사의 노동조합에 그 사실을 즉각 알려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 대표에게 해당 펀드의 상세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이런 지침은 기본적으로 기업 의사결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모펀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펀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있어야 법적 대응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올해 7월에 금융위가 EU 22개국과 대체투자펀드 감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자본이 EU에 투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왕이면 EU의 사모펀드 감독지침도 가져왔으면 한다.”

정부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핵심은 금융위원회다. 금융위를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금융위는 사실상 대통령이 다 임명하게 되어 있고,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했는지 알 수도 없다. 방통위처럼 국회가 위원들을 임명할수 있다면, 기존 금융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것 아닌가. 또 국가인권위처럼 독립기구로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오랫동안 해 왔다. 노동자 편이건 자본가 편이건 금융소비자 보호활동을 일정 기간 이상 한 사람들이 위원이 돼서 금융피해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론에 공감하는 진보 지식인들도 있는데.
“사모펀드의 그동안 행태를 볼 때 그들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국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퇴출시킬 산업은 무엇인지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시적으로 국유화를 할 정도로 전향적으로 봐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 실패가 회사와 산업에 부담을 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나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채권자 몇 명 살리자고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의 밥줄을 끊는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금융자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금융자본은 본질적으로 불임의 자본이다. 금융자본은 생산을 하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산을 하는 자본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 심지어 산업자본도 금융에 손을 대다가 큰코를 다치기도 한다. GM대우가 어려워진 결정적 이유는 자동차를 못 팔아서가 아니다. 파생금융상품에 손을 댔다가 조 단위의 손실을 낸 덕분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사회에서 투기자본의 활동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수많은 금융피해자가 양산됐다. 그리고 그 대가는 소수의 투자자들이 나눠먹었다. 지금 이대로는 곤란하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바로가기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41209150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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