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탈자의 감옥이 따뜻하다고요?

오늘 이 자리에 외환은행 조합원들께서 많이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사회 보던 동지께서 얼마 전 구로구 고척동에서 천황동으로 이전한 영등포 구치소에 면회를 갔는데 시설이 매우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관련된 김석동씨가 감옥에 가더라도 시설이 좋고 따뜻하니 걱정 말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앙난방식이면 곤란하겠지만 개별난방이라면 보일러를 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 한국거래소 앞에서 대학생들이 40일 넘도록 추울 때는 체감 온도 영하 20도가 넘는 곳에서 천막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비닐에 의지한 채 농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학생들은 금융자본의 수탈과 부패한 금융관료들에 저항하면서 금융거래세를 통한 청년수당 지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등포 구치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가 2006년 12월에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한미FTA와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서 투쟁하다 잠시 구속되어 그 곳에 수감된 적이 있었습니다. 가끔 검찰 조사받으러 가거나 재판 받으러 나갈 때 호송차에서 바깥을 내다보니 영등포 구치소와 교도소가 고척동에서 천황동으로 이전된다는 계획에 대해 축하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천황동에는 결사반대(저지) 현수막이 걸려 있었을 테지요. 결국 아파트값이나 땅값이 오르고 내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동네마다 다르게 반응한 것입니다. 정말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과 관련된 정책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옥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사정이 있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야 잠깐 감옥 안에 있을 때도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할 수 있죠. 아예 감옥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다음 주면 여의도 점령시위를 시작한 지 100일 시점이 되는 날입니다. 여기 외환은행 지부 조합원들의 참석은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다. 지난 1년 넘도록 투기자본 론스타에 맞서 싸우면서 금융공공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향후 1000일을 향하는 16차 여의도 점령시위에도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여기에는 언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들은 박근혜, 한명숙, 안철수의 꽁무니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금융공공성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 고위관료들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안철수씨 같은 경우에도 직접 주가를 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주식이 폭등한 것입니다. 릴질적인 주식가치와 는 무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부자들 따라서 현재의 주식으로 재단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 수천 억 원의 주식가격은 진정한 가격도 아니고 자신이 노력한 대가도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의 주머니를 털어서 만들어진 불로소득입니다. 따라서 재단설립이 아니라 부당한 차익을 국가 환수해서 국고로 환입시켜야 합니다.

금융주주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벌이는 정치게임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여기 비록 초라한 텐트 속에서 가녀린 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금융혁명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1000조원의 가계부채와 연 60조원 이자가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3경원(30000조원, 정부예산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파생금융상품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유럽 발 금융위기가 확대되면서 이미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2~3년 내 국내경제 위기가 겹쳐 부동산과 금융거품의 대폭락이 예상됩니다. 다음 정권이 누가되든 경제금융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들은 거리로 몰려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금융공공성을 강화하고 금융주주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지 않고서는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힘차게 투쟁합시다.

(2012.1.19.목, 15차 여의도 점령시위, 한국거래소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