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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럽사회포럼 참관기
등록일 2005-01-17 12:38:57 작성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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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회포럼 참관기 /주간 시민의신문 468 호( 20021122 )


시민사회운동 '나흘장' 열린 듯
NGO·노조·진보정당, 7일부터 사흘간 143개 세미나와 1백개 워크숍

장광열(네덜란드 통신원)jjagal@yahoo.co.kr


유럽사회포럼(ESF)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이 한 울타리 안에서 어울리는 마당이었다. 셋 모두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 민중들의 삶을 짓밟고 국가 경제의 기틀을 허물고 환경을 파괴하며 전쟁을 일삼는 것에 대항해 어깨를 걸었다.

11월 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이탈리아 피렌체(플로렌스)에서 열린 제1회 유럽사회포럼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전쟁과 평화운동 △권리·시민권·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주제로 매일 오전에 대회의를 열고 오후에는 참가 단체들이 공동으로 준비한 1백43개에 이르는 세미나와 사회포럼 취지에 동의하는 조직은 누구나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는 1백 여 개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또 수십 개에 이르는 문화행사와 대규모 콘서트가 펼쳐지고, 다양한 단체들의 홍보 전시장에는 서적과 비디오, CD, 티셔츠, 포스터, 배지 등을 판매했다. 한마디로 시민사회운동의 4일장이 열린 듯했다. 이 장판은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1시부터 줄줄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반전시위에서 하나로 모아졌다. 경찰 추산 45만 명, 조직위 추산 1백만 명의 대규모 시위대는 입을 모아 미국 주도의 대이라크 전쟁 반대, 자본의 세계 지배 반대를 위해 세계 민중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준비에서 대회까지=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중적 사회포럼은 참가인원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피렌체 시민들조차 10월이 되서야 개최 소식을 들었을 만큼 사전 홍보는 충분하지 못했다. 조직위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자 베를루스코니가 장악한 언론의 악선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 당시에 은행과 상점을 부수며 폭력시위를 주도했던 무정부주의자들(이른바 블랙 블록)이 이미 피렌체에 잠입했다는 근거 없는 보도가 나돌고, 피렌체 시장이 시의 재량으로 대회장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반대해 시장을 의회로 불러 추궁하고 대회를 무산시키려 했다.

다행히 대회는 시의 계획대로 개최되었고,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6일 저녁 전야제에는 수 천여명이 광장을 가득 메워 대회의 성공을 암시했다. 공식 대회 참가자는 모두 조직위에 참가비를 내고 등록했는데, 이튿날 참가자 수가 4만을 넘어 총 5만 명이 참가 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백 여개의 다양한 회의들의 모든 내용을 소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줄기만 소개하면 크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전쟁과 평화운동 △권리·시민권·민주주의였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 주제에 대한 회의는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세금 징수운동으로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대부분 나라들과 세계 각 국으로 퍼지고 있는 아탁(ATTAC)이 주도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외채 위기에서 보듯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3세계 나라들에 강요하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뉴 라운드에 반대하는 운동이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유럽연합과 정부들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실업자나 연금 생활자에 대한 생계비 보조를 줄이면서 노동운동 역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급진적 진보정당 역시 이 운동에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조차 자본유치를 위해 사회보장제도 축소, 해외 자본에 대한 우대에 나서자 대중들은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반대를 공공연히 내세우는 진보정당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전쟁과 평화운동= 이 주제에 대한 회의에서는 지난해 9·11 사태 이후 유럽을 휩쓸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공포와 이슬람에 대한 반감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었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 인종주의가 확산되고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와 영국 수상 블레어가 겉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 사이의 분쟁으로 몰아가면서 유럽 내에서도 이슬람 문화권이 차별을 받는 예가 눈에 띠게 늘었고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급성장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최근 40만 반전시위를 조직한 영국의 반전연합의 린지 저먼은 "전쟁은 중동의 배고픈 민중들을 직접 공격할 뿐만 아니라, 유럽에 사는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을 위협하고, 수 천억 달러를 전쟁에 쓰면서 노동자와 민중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을 군수산업에게 퍼주고 있다"며 "인종을 떠나 유럽과 아랍의 민중과 노동자가 연대해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권리·시민권·민주주의= 유럽은 90년대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동유럽에서 밀려드는 정치&경제 난민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고, 불법 이주민을 잡는데 많은 경찰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에서는 국경 경비를 강화해서 외국인의 유입을 막고 불법 외국인들을 잡아서 소환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난민들을 보호하는 데는 미흡한 정부에 반대해서 싸울 방안이 논의되었다.

올해 프랑스와 네덜란드 선거에서 범죄 소탕과 치안 확립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킨 극우정당은 불법 외국인과 난민 신청자들이 범죄의 온상이라고 선동하면서 사회전반에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 정부들이 이에 발 맞춰 신분증 소지를 의무화하고, 이슬람 테러지원 조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사찰에 나서 개인의 자유 역시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여성과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회의도 많은 관심을 끌면서 60년대 말 유럽을 휩쓸었던 사회운동이 다시 불붙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포럼 기간 중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상황에 대한 회의 역시 많은 청중을 끌어 모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시아회의 뿐 아니라 포럼 전체를 통틀어서 한국 대표단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럽 교민 단체인 한민족유럽연대(http://europe.jinbo.net)가 8일 오전 한국의 노동운동과 반미 자주화운동에 대해 소개하는 워크숍을 열어 관심 있는 외국인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고, 대회장 주변과 9일 반전시위현장에서는 풍물을 선보이며 10월 말 바티칸 교황청까지 방문해서 성실한 교섭과 사태 해결을 요구했던 가톨릭 병원 노조의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고, IMF 위기 이후 고통 받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 민중의 삶에 대해 알리는 시위를 펼쳐 많은 환호를 받았다.

세계가 초국적 자본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유럽의 노동자들 역시 한국처럼 민영화와 노동법 개악, 임금 억제 정책 앞에 선 상황에서 국제연대야 말로 이런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결 방법이다. 한국의 NGO와 노조, 진보정당 역시 하나의 대오로 단결하고 세계로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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