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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3년 새해소망
등록일 2013-02-06 23:47:48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3551 연락처 02-722-3229 
2013년 새해소망


지난 달,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 전국연맹,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한국사회의 유명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라는 거대 연맹조직의 이름으로 2013년 신년하례회를 개최했다는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보며 들었던 씁쓸한 생각 하나를 적는다.

동시에 생각이 난 것은 최근 민주당의 행보다. 작년 연말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 일단, 원내외 지도부가 바뀌었다. 문재인 대선후보도 패배에 대해 사과하였고, 새 지도부는 회초리를 들고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때려 달라며 “회초리 민생투어”라는 것도 했다. 지금도, 대선 패배에 대해 내부평가가 시끄럽고, 소위 “친노”를 둘러싸고 책임론도 공방 중이다. 여전히, 서로에게 정치 쇼이고 구태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나는 그 당의 당원이나 지지자가 아니라 책임 공방과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솔직히 알 이유도 없다. 다만, 유권자이고 시민으로서 지닌 평균적인 정치감을 가지고 지켜볼 뿐이다.

그런데, 정말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만의 잘못인지, 그들만이 “미안하다, 반성한다, 책임지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2~3년, 길게는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주요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는 모두 대통령 선거에 총력을 집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로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재집권과 박근혜 대선후보의 집권을 막는 것이 그들의 지상과제였다. 그 결과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주고자 자신들의 회원(당원, 조합원)을 총 동원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 대 독재라는 1987년 6월 항쟁식 선동과 모든 죄악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라는 오도된 인식을 대중에게 확산시키려고 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보자. 지금 우리사회 주요 현안, 사회적 비극을 낳고 있는 사안 중에 언론악법과 4대강 파괴만이 온전히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다. 나머지는 그 전부터 있었던 사안이다. 또, 박근혜 대선후보 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60년 대한민국을 장악해 온 지배계급 중에 부패무능하거나 위험하지 않는 자를 찾는 것보다 황하의 누런 물이 맑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처럼 명백한 것을 두고 대중을 오도하고자 했다.

그 결과, 대중의 판단과 행동은 그것과 정반대였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즉, 민주당과 한국의 주요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이 착각한 것이다. 특히, “보수화된 50대”라고 욕하지 마라! 민주당과 한국의 주요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이 그리도 찬양해 마지않았던 지난 민주정부 10년 이래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수탈당하고 상처 입은 사람들, 피해대중들은 그들의 착각에 대한 대답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확히 해준 것이다. 그래도, “멘붕”이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주로,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 관련 인사들이다. 소위 “운동권 엘리트”들이다.

대선이후, 그들의 정치평론을 보면 참으로 가소롭다. 모든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 잘못이고 ‘나는 죄 없다’ 식이다. 대선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여전히 같은 지위와 같은 태도로 고고한 척 피해대중 앞에 서 있다. 이제는 박근혜 정권만 비판하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대했던 것과 같은 기준으로 자신들에게도 들이대고 있는 우리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자신들이 보수정치권에 들이댔던 “책임정치” 같은 비판의 잣대가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몰염치이다.

그들의 이런 식의 태도야 말로 크게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한 때 20%를 육박하던 진보정당 지지율이 지금은 자칭 진보정당 셋을 합쳐도 5%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이한 것은 진보정당의 의석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주로 소수의 지지자들)은 거의 변동이 없다. 진보정치의 가치를 오도하고 민주당과 야합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여러 가지 알량한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라서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 이래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수탈당한 피해대중의 분노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 중앙, 동아라는 보수 꼴통언론에 세뇌가 되었다고 피해대중을 더는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피해대중의 눈에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나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의 소위 운동권 엘리트들도 같은 부류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같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계속 지금과 같이 처신한다면, 그들은 “역사의 쓰레기장”으로 퇴장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그리도 열심히 했던 반한나라당 전선, 문재인으로의 ‘몰빵’, 그리고 이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의 진보정치, 노동운동, 시민운동 성과를 다 바쳤고, 봄은 아직 먼데 남은 종자들 - 그 나마 남은 피해대중의 얕은 수준의 지지마저 싹싹 긁어 밥상을 지어 민주당에게 먹였으니 책임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7년 6월 항쟁이래로 그들은 늘 그래 왔고, 시민사회에서도 늘 주류였다. 평소에는 과거 반독재 투쟁이던, 근래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던, 우리사회 현안 투쟁에 피해대중을 위해서 나서지만, 대통령 선거나 결정적인 정치적 태도에서는 늘 피해대중을 버리고 피해대중을 양산한 지배계급 중 일부인 민주당의 품에 안긴다. 그 결과, 역사를 무위로 돌려왔다. 누구는 이를 두고 운동권 전문용어로 자본주의 사회형성 이래의 “우익 기회주의”라고도 하고, 다른 누구는 한국에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진정 독립적인 진보정치가 영원히 불가능 하다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그들이 시민사회의 주류였던 이유에 대해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적인 상상력을 벗어날 수 없는 한국 시민사회의 태생적인 문제인지, 그냥 운동권 엘리트들의 교활한 처신의 문제인지. 분명한 것은 이제는 이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우리가 다 빠지면 누가 운동을 하냐’는 항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도 찬양해 마지않았던 민주정부 10년 이래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수탈당하고 상처 입은 피해대중이 우리사회에는 다수 있다. 그 말은 곧 그들이 아니라도 노동운동, 시민운동, 진보정당운동 할 사람은 우리사회에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허튼 항변일 것이다.

그리하여, 제발, 새사람들이 새로운 주장으로 새 운동을 건설하는 2013년이 되길 소망한다.


* 인권연대 기고문입니다. (바로가기 : http://hrights.or.kr/technote7/board.php?board=gasi&command=body&no=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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