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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의도를 점령하라? 그건 틀렸습니다' 기사 유감
등록일 2012-07-04 18:34:29 작성자 홍성준 / 사무국장
조회수 3771 연락처 02-722-3229 
여의도를 점령하라? 그건 틀렸습니다' 기사 유감
12.07.04 17:38 ㅣ최종 업데이트 12.07.04 17:38 홍성준 (tao69)
 
 

오마이뉴스에 실린 새로운 사회를여는 연구원(새사연)의 김병권씨가 쓴 '여의도를 점령하라? 그건 틀렸습니다' (편집자주: 해당 기사는 필자의 요청으로 제목을 수정했습니다)라는 기사를 보고 무척 놀랐고, 모욕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제목과 게시된 사진을 보며, 지난 겨우 내내 여의도 점령운동을 주도하여 온 시민단체 당사자로서 당연히 기사 작성자와 오마이뉴스에 항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감표명의 기회를 얻어 입장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여의도를 선택한 이유

 

먼저, '틀렸다"는 여의도 점령운동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작년 10월, 본인이 활동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KIKO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전국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 사회당, 대학생 사람연대 등이 모여 여의도 점령운동을 처음 기획할 때 일입니다. 그 때, 고민 중 하나가 점령지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중구 을지로 일대로 할까, 여의도로 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중구에는 아시다시피 주요 은행 본점들이나 많은 사모펀드가 입주한 서울 파이낸셜 빌딩, 은행협회, 카드협회, 예금보험공사, 그리고 삼성 등 주요 재벌본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의도를 선택한 것은 금융감독당국-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그리고 국회 때문이었습니다.

 

결코, 새사연의 생각처럼 단순히 증권사만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피해당사자들이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항의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컸었습니다. 그래서, 첫 점령지를 금감원으로 하고 미국의 점령운동자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국회도 염두에 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그 동안 금융세계화로 가는 법제도를 만든 곳이기도 하고, 금융세계화를 중단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법제도도 만들 권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점령한 것입니다. 또, 그런 국회에 대한 기대 때문에 연말이면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이 국회 앞으로 모여 자신들이 원하는 법제도를 주장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여의도 점령을 우리가 먼저 제기했지만, 많은 시민사회도 동참할 것을 기대했었죠.

 

그러나 여기는 결국, 한국사회였다는 것입니다. 99%의 노동자, 시민을 수탈하는 원리, 금융자본주의의 원리를 이해하고 20차 공동행동에 나선 점령운동자들은 우리 밖에 없었답니다. 금융감독당국과 관료들, KIKO 등 금융파생상품과 수출업체 피해, 저축은행, 론스타게이트, 카드론피해자, SQT의 GM로얄티, kt의 통신요금, 케이블방송 C&M과 사모펀드, 한화그룹와 한국거래소, 태광그룹 불법상속과 비자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한미FTA, 스탠다드차타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원판결 지배, 은행연합회, 과도한 카드수수료, 고배당 등등... 온갖 방식으로 금융수탈이 일어나고 있음을 한국사회에 고발했지만, 언제나 피해당사자들만이 함께 했습니다. 오히려,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 그 관련자들은 냉소하거나 반대한 일들도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사실, 당시 제도권 보수언론이 우리에게 비난한 것과 지금 새사연이 우리를 비난하는 말은 거의 같습니다. 여기는 영국이나 미국만큼 금융자본주의 심화되지도 폐해가 심각하지 않는데, 이를 규탄하는 여의도 점령운동은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의 짝퉁이라고 당시 제도권 언론들은 우리를 비난했었습니다. 나는 그 때마다 같은 반박을 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지배하고 있고, 고수익을 내는 방식도, 소비자와 노동자를 수탈하는 방식도 전세계가 같다. 그 사례는 000, 000, 000..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따라서, 월스트리트 점령은 정당한데, 여의도 점령은 짝퉁이라고 하는 당신이 틀렸다. 새사연과 오마이뉴스에게도 똑같은 대답을 드립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우리를 냉소하고 비난을 해도 여의도 점령운동은 계속 될 것입니다. 금융자본주의의 피해대중들은 앞으로도 계속 여의도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인과 투기자본감시센터, 여의도점령운동은 바로 그 피해대중 속에 있지, 당신들의 냉소와 비난 속에는 없습니다.

 

삼성전자나 론스타, 똑같은 투기자본일 뿐

 

다음은 본인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해 약간의 설명입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특정 이념의 지도로 움직이는 단체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금융∙투기자본 그 자체의 폐해를 감시하고, 피해대중을 대리하여 항의하여 왔습니다. 국적에 따라서 재벌이냐, 외국투기자본이냐 식으로 구분해서 운동하지 않는 다는 말입니다! 또, 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이냐 식의 구분도 무의미합니다. 즉,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가 론스타보다 좋은 자본인지, 아닌지 하는 한심한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몽구 일가와 이건희 일가는 외국계 투기자본과 함께 해당 기업들을 소유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해관계에서, 대주주로서 주주가치가 고평가되어야 하고, 고배당도 가져가야 합니다. 또 다시 심화된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도 재벌가와 외국계 투기자본의 확고한 동맹 또는 묵인이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자와 하청 업체에 대한 수탈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그들은 같은 투기자본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들 자본 모두를 규제하고 과세해야지 반드시 재벌 또는 외국자본,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구분해서 한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센터의 공식적인 문건, 논평, 기자회견, 고소고발 등을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또, 위에서 여의도 점령 당시 싸웠던 자본들을 열거한 부분만 보아도 잘 알 것입니다.

 

또한, 국가와 시장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보지도 않습니다. 자유주의 경향의 학자와 평론가들에게는 중요한 논리이기도 할 것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동시에 현실에는 맞지 않는 소리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현실의 국가와 시장은 한통속입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회전문 현상을 우리센터가 제기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금융∙투기자본을 국가가 나서서 규제하라고도 하지만, 부패무능한 금융∙경제관료들을 반대합니다. 또, 민간의 전문가라는 것이 대개 금융∙투기자본의 대리인, 로비스트, 이데올로그라고도 주장을 합니다. 시민단체와 이런저런 인연을 두고 있어도 말입니다.

 

새사연의 이번 기사가 어떤 맥락에서 쓴 것인지 잘 압니다. 한국사회의 진단과 개혁방향을 두고 장하준 교수, 정승일 박사, 이종태 기자의 입장에 대해 여타의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들, 진보연하는 학자들 간에 논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논쟁은 아주 오래 전에부터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측의 오래된 주장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논쟁을 진행하기 전에 이미 오류로 밝혀진 주주자본주의에 기반을 한 주장과 실천을 보여준 개인과 단체는 대중들 앞에 솔직히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옳습니다. 그런 연후에 논쟁을 해야 진정성이 있지, 아니면 그냥 고집이고, 대중을 속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찾아보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도 있을 것이고, 과거의 주장을 적당히 진보적인 단어로 윤색을 할 수 도 있고, 시민사회운동 아니 보수정치권 주류와의 연계로 다수 여론을 장악해 버리면 앞으로도 시민사회에서 존속할 수 있겠지만, 더는 그러지 말기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새사연,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 등 함께 거대 시민사회단체들이 재벌개혁을 위한 연대기구를 꾸리는 것이나, 오마이뉴스 등 소위 진보적이라는 매체들이 이를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방적인 주장이 그대로 시민사회 다수의 여론으로 포장되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 특히 민주당에게 전달되는 것은 우려합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금융세계화 정책, 공기업과 은행의 민영화 정책, 노동유연화 정책 등에 대한 악몽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금 다시 정권을 달라는 민주당을 보면, 그 때 그 사람들과 같은 정책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보여 걱정이 큽니다. 이 점을 오마이뉴스는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공정한 언론사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끝으로, 우리시민사회는 다양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건강한 생명력이고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어느 일방은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말하는 것은 오만이며, 독재입니다. 더욱이 상식이 있는 언론사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입장이 '다르다'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의 횡포를 보았습니다. 더욱이 본인을 포함해서 여의도 점령운동에 함께한 시민단체, 피해 당사자 모두의 활동사진을 게시하여 여의도 점령운동자들이 모두 틀렸다 식의 모욕을 주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사과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입니다. 이 글은 투기자본감시센터 임원과 여의도 점령운동 활동가들과 상의를 한 바 있지만, 모든 법적 윤리적 책임은 필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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