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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시스템에 침투하기
등록일 2012-08-30 08:38:22 작성자 홍성준 / 사무국장
조회수 3760 연락처 02-722-3229 
오작동 금융시스템 하의 금융소비자

엊그제 기묘한 법률 초안 두 가지를 만들어 김기준 국회의원에게 제출하였다. 그 하나의 이름은 '금융소비자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다. 대강의 골자는 금융소비자위원회를 금융관료(모피아) 손아귀에서 벗어나 금융소비자들이 만들자는 것이고, 현 금융위원회는 독재이니 민주적으로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이용자다. 즉 금융소비자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 금융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이미 고통을 받고 있거나, 언제가 닥칠 금융피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은  오작동을 일으키는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설계 자체부터가 오류라는 것이고, 설계부터 고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금융시스템을 둘러싼 집단을 보면 좀 더 명확해 진다.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금융자본과 그런 금융시스템을 설계한 금융관료과 금융자본을 대리하는 전문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금융시스템을 이용을 하고 있지만 수탈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금융소비자와 이미 모든 것을 잃고 금융시스템 바깥으로 내쫒긴 금융피해자가 있다.

한국과 세계는 지금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을 규제하고 부패한 금융관료를 척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작금에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위기의 책임자들이 그들이며, 한국에서도 예외 없이 금융자본과 금융관료에 의한 금융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기묘한 법률안은 바로 이런 상황을,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고자 내놓은 것이다.

법률안 준비주체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법률안 준비주체가 지금까지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으로 준비주체가 지니는 보편성과 정당성에 있다. 그 면면을 보면, 한국 사회 대표적인 금융피해자들인 KiKO사태 피해자나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준비에 참가했다. 또, 오랫동안 금융회사에 종사하면서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과 부패한 금융관료에 부패에 분노하여 싸워온 금융노동자들이 민주노총, 한국노총이란 소속조직을 넘어서 참여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의도 점령운동 등 관련 금융자본과 관료에 맞서 오랫동안 싸워온 시민단체(필자가 속한 투기자본감시센터 포함)가 준비하였다.

즉, 금융자본의 더 많은 수익, 이윤축적을 위해 규제완화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기존의 금융관련 법률안은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또, 부패한 금융관료집단이 기득권 사수 또는 영향력 확대를 위한 법률안도 결코 아니다. 이른바, 우리사회의 99% 입장에서 고민하고 토론하여 준비한 법률안이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

이 법률안에는 금융피해자, 금융노동자, 금융관련 시민단체의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 원통함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결론은 최소한 국가의 두 기관에, 금융시스템에 금융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침투해서 금융자본과 금융관료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를 모델로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그 위상을 정하고 있다. 철저하게 금융관료의 손아귀, 더 나아가 정부권력으로부터 예산, 인사, 운영에서 독립적인 기관으로 신설해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에 충실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금융소비자위원회 위원장을 포함 11인을 정부, 국회, 대법원 추천(금융공공성운동과 금융소비자운동 출신 경력자 포함 - 노동자 대표, 소비자 대표)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패사례에서 보듯이 보다 강력한 대정부 시정 권고와 시정 요구권을 부여했고, 사무처 설치를 담고 있다.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를 모델로 하여 현 금융위원회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현 금융위원회는 다수의 금융관료와 약간의 금융자본 대리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권한은 막강하지만 구성절차와 권한행사에서 비민주적, 아니 독재이다! 따라서, 현 금융위원회를 금융정책과 감독의 단순한 의결기구(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로 개명)로 하여 사무국을 철폐하고, 현 금융감독원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특히, 금융감독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금융감독위원 9인 중 2인은 반드시 야당 추천(금융공공성운동과 금융소비자운동 출신 경력자 포함 - 노동자 대표, 소비자 대표)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상기의 금융소비자위원회 추천 인사를 포함해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구성을 담고 있다. 한편, 금감원 직원의 금융사 재취업금지를 명문화 하여 부패의 소지를 차단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금융소비자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원자격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전문성'이란 미명 또는 허명으로 특정자본 또는 그들을 대리하는 민간전문가(변호사, 교수 등)가 정부가 구성하는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여 낳은 부작용을 우리 시민사회는 여러 차례 보아 왔다. 그들은 '회전문 인사'로 특정 자본과 결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대중적 불신 중에 여기서도 기인한 바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목표인 두 법률안으로써 지금까지 늘 보아온 그런 민간 전문가를 철저하게 배제해야 옳다.

그래서 금융소비자 대표와 금융노동자 대표만으로 두 위원회의 위원으로 철저하게 한정해야 한다. 특히,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무자격논란을 보았을 때, 반드시 금융공공성운동과 금융소비자운동 출신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만약, 변호사나 교수 중에 해당 위원회 위원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금융공공성운동과 금융소비자운동에 종사하면 된다. 관련 시민단체도 많고, 금융권은 산별노조 형태라 가입이 쉽다. 또, 실제로 금융권노조와 금융관련 시민단체에서 직함을 가지고 성실한 활동을 하는 교수나 변호사를 찾으면 많다. 즉, 이 문제는 당사자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이지 결코 차별이 아니다.

그 외에도, 금융소비자위원회와 현재 금융감독원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못한 것, 금융소비자위원회의 권한에 징벌적 손해배상 명령 등의 구제조치를 구체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부분은 나중에 국가권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시정권고 등)을 우습게 여기는 폐단을 알기에 더욱 아쉽다.

두려움과 기대

위에서 국가인권위원회를 거론했는데, 그 창설과정을 기억한다. 오랜 군부독재 하에서 만연한 인권탄압,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객관적인 조건 하에 국내 유수의 인권단체들과 기라성 같은 인권운동가들이 약 3년여를 싸워 쟁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심각한 왜곡을 겪고 있다.

이제, 금융소비자가 시민이 막강한 금융자본과 금융관료와 싸울 수 있는 두 개의 국가기관을 쟁취하고자 한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와 이후 수립될 새 정부라는 정치일정이 우리 앞에 있다. 여기서 맞닥뜨리게 될 금융자본과 금융관료의 온갖 로비와 압력을 생각할 때 미리부터 두려움이 든다. 이에, 시민사회의 역량결집을 호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홍성준씨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로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73039&PAGE_CD=&BLCK_NO=&CMPT_CD=M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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