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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영구 공동대표 칼럼 - 금융자본 수탈과 여의도 점령시위
등록일 2011-12-08 15:02:58 작성자 기획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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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 수탈과 여의도 점령시위
 

지난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연차총회가 폐막됐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고 있으니 특별한 주의와 조율,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선문답만 남기고 성과 없이 끝났다. 세계주식회사의 관리자로 불렸던 G7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G20으로 확대되었다.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지난 11월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회의에서도 금융․경제위기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날 전 지구적 경제위기를 해결할 정치리더십은 붕괴되었다.

2011년의 세계적 변화는 튀니지혁명을 시작으로 이집트 타히리르광장과 그리스 신타그마 광장 점거시위가 뉴욕월가시위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온라인 잡지인 애드버스트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점령시위가 제안되었다. IMF와 WB 연차총회에 앞선 9월 17일부터 뉴욕월가에서는 20대 대졸실업자 수백 명이 모여 1주일동안 항의시위를 벌였고 마지막 날 8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들은 “탐욕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금융투기자본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투쟁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기업인 출신 허먼 케인은 1%를 대변해 시위대를 향해 “반자본주의자, 반시장주의자”라며 연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당신이 일자리가 없고 부자가 아니라면 스스로를 탓해야지 월가와 대형 은행을 비난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은행(BOA)에 진입을 시도하였고 항만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오크랜드 항구가 폐쇄되기도 했다. 미국 주코티 공원에서 농성중인 시위대들은 경찰당국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점령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LA지역에서는 경찰의 탄압으로 농성장이 폐쇄되기도 했지만 대학등록금 대출로 신요불량자가 된 학생들의 부채탕감 투쟁이 확산되면서 대학 전역에 걸쳐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달 넘는 점령 기간 동안 40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시위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뉴욕월가 점령시위는 10월 15일 전 세계 1,507개 도시에서 탐욕스런 금융자본의 수탈에 저항하는 국제공동행동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저축은행, 파생금융상품(키코) 피해자를 비롯해 지난 7년 동안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한 투기자본 론스타 먹튀를 고발해 온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금융피해자들을 위한 시민단체가 함께 하였다.

이에 자극받아 그동안 제대로 된 금융감독은커녕 금융기관들과의 유착으로 사회적 물의와 지적을 받아온 금융감독 당국조차 금융자본의 탐욕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여의도 점령시위는 매주 한 차례씩 12월 8일 현재 아홉 번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 금융정책, 금융관료, 법무법인 김 앤 장, 투기자본 론스타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FTA날치기에 맞선 투쟁과 결합해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오늘날 금융자본주의하에서 발생하는 경제위기는 매우 복잡하고 그 거품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007년 말 현재 전 세계 파생금융상품 규모는 681조 달러에 달한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 1조 달러, 미국 15조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파생금융상품의 천국이다.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달러선물, 국채선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장내 파생상품과 주식, 이자율, 통화, 신용 등과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 거래액을 모두 합친 투기성이 강한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규모가 매년 급증해 금년 말 3경원(한국 정부예산 100배)이 넘을 전망이다.

금융의 공공성을 지켜야 할 시중은행들도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연간 수 조원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을 통해 판매한 대표적 파생금융상품인 KIKO로 인한 피해중소기업은 800여개에 피해액은 공식적으로는 3조 2천억원(최대 10조원 예상)에 달한다. KIKO대책위에는 처음 200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나 채권은행의 압력과 눈치 때문에 현재는 40여 기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금융거래의 2%만이 실물거래이고 나머지 98%는 투기적 금융거래다. 미국의 총 통화량 중 3%만이 실물화폐이고 나머지 97%는 컴퓨터 화면상에만 존재하는 가공적인 돈이다. 한국의 금융거래 역시 투기적 거래가 일상화되고 있다.

 

로버트 위더머가 <미국의 버블경제>(2006년)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듯이 미국의 버블경제는 주택시장 붕괴, 민간부채증가, 주식시장붕괴, 재량지출감소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그는 이어 <애프터 쇼크>(2010년)에서 2~4년 내 미국달러버블과 정부부채버블이 추가로 터져 세계버블경제가 붕괴하고 세계 최악의 대공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위 달러붕괴 이후(포스터달러버블, post dollar bubble)시대가 열린다는 것인데 지금 그 와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지구적 금융‧경제위기는 현재의 국제기구나 각 국의 지배자들이 해결할 수 없다. 금융마술사로 불리는 국제은행‧금융자본가들은 오늘날 공룡처럼 커지고 쓰나미처럼 요동치는 금융위기상황을 국가와 민중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더욱 안정적인 수탈체제를 만들어 갈 궁리를 하고 있다. 1997년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14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완화로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실업자로 전락했고,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화가 확대되었다. 공공성이 파괴된 금융투기자본의 수탈과 횡포가 가져온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뉴욕의 반월가점령시위와 서울의 여의도 점령시위는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금융․주주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자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여의도 점령시위 성과는 전 지구적 투쟁을 한국에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자본주의 체제와 이념에 도전하면서 탐욕스런 금융자본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야말로 지본주의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다. 특히 금융피해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선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게부채는 불특정 다수인 99% 모두에게 해당되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투쟁을 통해서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 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 등 여러 단체들이 공동의 전선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런 투쟁성과를 모아 지속적인 점령시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금융피해자들을 동참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금융위기의 본질과 금융피해에 대한 교육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FTA폐기 등 제반운동과 결합하면서 정책대안마련과 정치적 관철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2011.12.8.목, 투기자본감시센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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