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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사저널 기고문] 기술 노린 투기 자본 방어벽 쳐야
등록일 2014-01-24 17:03:52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1722 연락처 02-722-3229 
기술 노린 투기 자본 방어벽 쳐야
 
배 채운 후 ‘나 몰라라’ 떠나 중소기업 보호할 제도적 장치 시급
 
기사입력시간 [1266호] 2014.01.22  (수) 홍성준│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국가와 사회가 경제 주체 중 자본을 존중하는 이유는 자본이 생산·고용·납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본이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국가는 자본을 통제하고, 사회도 자본을 감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자본 통제와 감시가 잘 이뤄진 시기가 바로 자본주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약 30년 전부터 자본에 대한 고삐가 풀리고 자본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지금의 상황은 생산도 고용도 납세도 시원치 않다. 심지어 생산·고용을 파괴하는 ‘투기 자본’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고 있고 모든 국가는 경쟁하듯 과세를 낮추려고 한다. 더 나아가 각국은 투기 자본이라도 유치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망상’을 가지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수십 년 동안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투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제대로 된 과세는 포기한 채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심지어 꼭 있어야 할 규제까지 완화하고 있다. 그것에 저항하는 시장 참여자(노동자, 소비자, 지역 주민)들에게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투기 자본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3년 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당시 노동조합의 장기 투쟁 사업장인 한진중공업·콜트콜택·위니아만도·파카한일유압·주연테크·보워터코리아 등 6개 기업을 분석해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대주주 중심의 일방적인 경영·고배당·구조조정(임금 삭감, 비정규직화 등)과 정리해고가 빈번히 이뤄진다. 국내에서 번 돈으로 기업을 해외로 이전해 현지 노동자를 착취하기도 한다. 유상감자, 생산 설비와 부지 매각, 생산 기술과 물량 빼돌리기, 외주화와 도급화, 공권력 폭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중국 ‘국가’가 쌍용차·하이디스 기술 빼돌려

사례로 들었던 기업들은 모두 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이 쉽게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노출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가 많아 정리해고를 할 때마다 주가 상승 등 수익이 발생한다. 또 공장 부지 등 보유 부동산이 많으니 매각할 때마다 현금은 쌓이고, 생산량에 딱 맞는 소비 시장이 안정적으로 있으니 여전히 수익과 주식가치는 보장된다.

더욱이 해외 시장까지 확보하고 있을 경우, 정부(중앙 또는 지방)의 세제나 보조금 지원 기간이 끝나버리면 투기 자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먹튀’를 한다. 그들은 국내 사업장을 청산하고, 인건비가 싸고 구조조정이나 투기 자본적 경영 행태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는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한다. 이미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유한 경우가 많아 이 생산 기술을 빼내면 보너스로 엄청난 추가 수익을 볼 수도 있다.

그중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 기술의 불법 유출이다. 그 대표 사례가 쌍용차와 하이디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회사의 생산 기술을 불법으로 빼돌린 주체가 중국이라는 국가와 중국의 지배자인 중국공산당이란 점이다. 쌍용차 먹튀 사건의 주체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였고 하이디스 사태는 ‘BOE그룹’이 문제가 됐는데, 이들 모두 중국의 국유기업(국영기업)이다.

중국은 일체화된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당정 국가다. 중국 정부, 중국 군대 등도 그렇지만 모든 국영기업의 임원은 당원이며 당에서 선출하고 당에 충성한다. 중국 4대 국영기업이라는 상하이자동차의 총재도 장관급이라고 한다. 그들이 노린 쌍용차의 완성차 기술 중 특히 SUV 자동차 기술과 하이디스의 LCD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1등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발 업체인 중국 기업에게는 절실한 것이다.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개발된 광활한 중국 영토에 꼭 필요한 SUV 기술을 갖게 됐고, 독자 모델의 자동차 생산이 가능해졌다. BOE그룹도 2001년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LCD 기술을 획득해 중국 내에서 수위의 전자업체가 됐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내의 가전 수요를 충족하게 됐다. 모두가 불법으로 기술을 빼돌린 덕이다. 이러한 불법 기술 유출 사건의 책임은, 선진 기술을 노리는 중국과 무분별하게 제조업을 중국에 팔아치운 한국 정부에 있다.

 

   
 
해외 투기 자본에 속수무책인 한국

 

앞서의 사례는 모두 M&A(인수·합병)로 인한 불법적인 기술 유출에 해당한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정책 실패 결과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과 저항을 불러왔다. 그 결과 국가정보원에는 불법적인 기술 유출을 감시하는 부서가 생겼고, 정치권에서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의원 주도로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중요한 내용은, 특정 기업의 산업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선정해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다.

포괄적인 규정이라 광범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와 1800여 개에 이르는 상장 기업 숫자에 비해 보호 규모가 턱없이 작다. 일부 대기업의 몇몇 기술 보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기업은 지적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국제적인 소송전을 벌이거나 직접 타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보호가 필요한 하이디스와 같은 중소기업은 생산 기술과 자산의 불법적 유출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기술과 자산을 해외 투기 자본의 적대적 M&A로부터 지킬 수단이 없는 기업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중국 등 동종 업계의 후발 업체나 정체불명의 사모 펀드, 투자은행 등 투기 자본에 대해서는 경영권에 접근할 수준의 주식 취득을 제한해야 한다. 특히 신흥 경제 강국인 중국·인도 등에 대한 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과는 다른 별도의 입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핵심 기술 보호보다 ‘기술 인력에 대한 보호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 개발 인력의 해외 유출로 인한 국부 유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숙련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또한 사회적 비극일 수밖에 없다. 정리해고의 문제는 노동과 인권의 사항이지만 산업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국내 숙련 노동자를 잘라내고 해외 미숙련 노동자들에 의한 생산을 계속 늘려가다간 제2의 ‘토요타 리콜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가기 :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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