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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6차례 이사회서 모두 찬성도…‘거수기’ 노릇 (한겨레)
등록일 2014-09-19 16:29:0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038 연락처 02-722-3229 

[단독] 56차례 이사회서 모두 찬성도…‘거수기’ 노릇

등록 : 2014.09.16 00:42수정 : 2014.09.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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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실태
‘사외이사’ 교수들 활동 보니

서울대학교 정문. 한겨레 자료 사진
2010년 3월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혁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59차례 열린 정기·임시 이사회에 56차례 참석(출석률 94.9%)했다. 최 교수는 이사회 참석 때마다 부쳐진 안건들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케이씨앤씨(SK C&C)와의 과도한 내부 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 교수는 사외이사 말고 감사위원도 맡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서 해마다 6500만원을 받는 최 교수는 지에스(GS)건설 사외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17차례 열린 이사회에 15차례 출석해, 모든 안건에 100% 찬성했다. 지에스건설 사외이사 연봉은 6000만원이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서울대 교수들은 최 교수처럼 이사회에 올라온 사실상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인별 찬반 여부가 확인 안 된 경우도 일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안건 자체는 모두 가결됐다.

 

오정석 경영전문대학원 부교수는 경영 자문을 위해 2009년 3월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오 교수는 신규 이사로 채용된 뒤 열린 32차례 정기·임시 이사회 가운데 23번 출석(출석률 71.8%)했다. 다른 사외이사들과 견줘 출석률이 가장 낮다. 그러나 오 교수는 2012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현대제철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지난 3월 이사회 참석률이 75%에 못 미치는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반대하도록 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기준으로 보면 오 교수는 재선임 부적격자에 해당한다. 재선임된 오 교수는 그 뒤 열린 28차례 정기·임시 이사회에는 모두 참석했다. 역시 100% 찬성표를 던졌다.

 

“대기업 임직원들과 동문 관계라
경영 감시 못 하는 사례 많아”

교수쪽 “법 테두리 내서 문제 없어”
“100% 찬성 몰아주기 말 안돼” 지적

 

오 교수의 찬성 안건 중에는 지난해 10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알짜 사업이던 냉연강판 부분을 넘겨받는 안건도 있었다. 현대제철에는 유리한 결정이었지만, 이 분할합병으로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포함되지 않았던 현대제철은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 구조에 추가됐다. 큰 틀에서 보면 그룹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는 결정을 한 셈이다.

 

지난 3월14일 삼성전기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현자 생활과학대 교수는 2차례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선임 한 달여 뒤인 4월22일 이사회에서는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흡수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역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삼성의 3세 승계 준비와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현황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기업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영진 감시다. 퇴직 고위관료나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와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 교수들이 찬성표를 던진 안건 중에는 기업의 이익이나 경영에 필요한 결정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따라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안건들도 있다. 그러나 ‘100% 찬성 몰아주기’는 경영 감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대 교수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역할이 있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 대기업 임직원들이 동문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친분관계로 인해 감시자라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상장기업 사외이사들이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명예직’처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경영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경영 정보를 이사회 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검토하고 비판적으로 보는지 의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의 안건도 모두 이사회 결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사외이사라면 당연히 따지고 봐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말을 아꼈다. 최혁 교수는 “법에 의해 보장된 범위 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정석 부교수는 “이사회 결정 과정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최현자 교수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대 교수들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과 입법 과정에 관여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다른 대학에 견줘 내각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6월 안전행정부 장관에 임명된 정종섭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를 맡아 모두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삼성생명 사외이사에 선임됐다가 보름 만에 그만뒀지만, 이사 선임 당일 이사회 참석 대가로 850만원을 받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장관 임명 당시 “삼성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사가 내각에 참여할 경우 삼성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변호사는 “법안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교수 그룹이다. 특히 서울대 교수는 연구나 논문의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학술적 성과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바로가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53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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