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이 당황한 음성으로 린을 부르며 린에게 손을 뻗었다 린은 아버지의
손을 쳐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흐르는 눈
물을 연신 닦아내며 좀 전에 앉아있었던 연못가로 달려갔다
그런데 연못가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체격이 크고 만에서는 볼 수 없
는 옷을 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린에게 등을 향한 채 연못을 바라보고 있
었는데 등에는 큰 검이 있었다 린은 걸음을 멈추고 멍한 눈길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주가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고 숙식하고 있는 손님도 많
았다 그러나 린은 주가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알고 있었고 눈앞의 이 남
자는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문득 남자가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크게 움찔하며 뒤로 물
러섰다 남자의 눈 때문이었다 남자의 눈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는데 음
산한 귀기가 서려있어 린이 보기에는 꼭 악마가 웃는 것 같았다 린은 서
둘러 고개를 돌리고 남자의 곁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얼마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돌아봤다 남자는 다시 연못에 시선을 고정해 둔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린은 까닭 모르게 오싹해졌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린 옆으로 다가왔다 린은 비명을 삼키며 뒤로 물
러섰다 그러고 나서 다가온 사람을 보니 낯익은 하인이었다 하인이 휘둥
그런 눈으로 린을 보며 말했다
아가씨 입에서 피가 납니다
응 아 이거
린은 얼굴을 붉히며 옷소매로 입가를 문질러 닦았다 하인이 두 손을 내
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가씨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어서 가시죠 치료를 받아야
겠습니다
아니 됐어 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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