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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월호 참사 전후
등록일 2014-06-13 12:51:22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1792 연락처 02-722-3229 
세월호 참사 전후 (홍성준)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1. 이완용 이래로 정책 실패를 저지른 관료는 법적, 정치적, 역사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말, 전 현직 경제관료(일명, 모피아) 5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요한 혐의는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2003년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과 그 이후 론스타에게 특혜를 주고 국가에 큰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동안,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불법성 즉, 사모펀드에게 예외승인을 한 것이 불법이 아닌가, 외환은행의 부실은 조작된 것이 아닌가, 론스타는 자본시장법 상의 금융주력자인가, 등등을 제기해 왔다. 반면에, 이번 고발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 것은 당시 경제 관료들이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힌 행위를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3년부터 2006년 사이,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을 통하여 소유한 국유재산인 외환은행 주식 1.6억 주인 43.1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단 돈 1,667억 원에 팔아치운 사기 사건으로, 국가에게 총 1조 7,426억 원의 손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2003년 국가보유 주식가를 저가로 결정, 콜옵션, 드래그 얼롱 등을 담아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친 내용으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고, 이것을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인 변양호가 주도했다. 더 하여, 주요 공범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제1국장 김석동과 재경부 경제협력국장인 임영록이다. 변양호가 금융정책국장을 그만 둔 뒤인 2004년에는 김석동이,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는 임영록이 금융정책국장을 이어 받아 계약대로 론스타에게 국유재산을 퍼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도 묵인한 자들도 있다. 2003년도 당시의 재경부 장관 김진표와 수출입은행의 행장인 이영회 등이다.

 그렇다면,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힌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변양호는 2005년 “보고펀드”라는 사모펀드를 조성해서 금융시장의 큰 손이 되었다. 펀드의 이름은 “해상왕 장보고”에서 따 왔다는데, 외국자본에 맞서는 “토종” 펀드라는 것이다. 불쌍한 노예를 구출하고자 해적들과 싸운 장보고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소로운 이름이다. 동료 파트너로 리먼 브라더스 한국 대표이던 이재우와 모건 스탠리 한국지사 기업금융부문 대표이던 신재하, 2010년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병무가 합류했다. 보고펀드가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은 동양생명보험, 노비타, 아이리버, LG실트론, 비씨카드, 한국 버거킹 사업을 운영하는 BKR, 미국 셰일오일 및 가스를 생산하는 아나다코, DSLR용 카메라의 교환렌즈를 생산하는 삼양옵틱스, 대표적인 온라인 모바일 쇼핑 가격비교서비스인 에누리닷컴 등이며, 총 운용자산 규모는 2014년 1분기 말 기준으로 약 2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보고펀드에 최초로 투자된 자금의 성격이다. 그가 과거 재경부 관료로서 관리하던 시중은행으로부터 고가의 수수료를 챙기며 거액을 투자받은 것이다. 이것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김석동도 그 후, 관료로서 승승장구하여 2007년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고, 고액 연봉 시비가 일었던 농협의 경제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다시 고관대작이 되었는데, 2011년에서 2013년까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금융위원장 시절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 일이다. 하나는 저축은행 부도파산이 현실화 되는 시점에도 그런 현실을 오도하며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론스타의 먹튀를 승인하여 그들이 4조 원을 챙겨 한국을 탈출하도록 조력했다는 사실이다.

 임영록 역시 그 후, 관료로서 승승장구하여 2007년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냈다. 그리고 그 기간에 저축은행 사태가 잉태되고 있었다. 2002년 상호신용금고는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5년 12월 금융당국은 감독 규정을 바꿔, 사모투자펀드 투자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여신비율 8%이하, BIS비율 8%이상인 저축은행을 우량은행으로 규정한 '88클럽'에 해당하는 곳에 대규모 대출이 가능하도록 허가했고, 저축은행 간 인수 합병을 가능케 해 덩치를 불릴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저축은행은 부동산 PF대출에 대거 뛰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퇴직한 금융당국 고위 관료들이 저축은행의 고문, 감사, 주주가 되었다. 그 결과 감독 기능은 무력화되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과 퇴직해 ‘낙하산’으로 저축은행에 들어온 금융관료들이 공모해서 저축은행의 자본금 2조 1,680억 원 이상을 불법 대출 등으로 빼돌렸고, 그 결과 저축은행은 부실해졌고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은 평균 나이가 63세이고 평균소득 115만 원의 가난한 시민들로, 그들은 노년의 삶을 통째로 강탈당한 것이다.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 원을 넘는 피해금액은 1인당 평균 540만 원 정도이다. 지금까지도 어떤 정부기관도 나서서 피해구제를 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저축은행 사태를 당하여 저항했던 피해자들을 검찰이 기소하여 처벌을 노리고 있다. 반면에, 저축은행 대주주들과 결탁해서 뇌물수수 비리를 저지른 정치 권력자들, 금융관료들에게 사법당국은 무죄 방면과 면죄부를 주고 있다. 아무튼, 그런 임영록이 현직 경제 관료로서 자신의 후배인 금융위원회 위원장 신제윤에 의해 낙하산으로 KB금융지주의 회장이 되었다(이 건으로 신제윤도 고발). 임영록이 2013년 6월 KB금융지주의 회장이 된 이래로 국민은행에서는 끊이지 않고 대형 금융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압권은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일 것이다. 지금도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내부 갈등 중이다.

 2003년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계약에 관련 된 조연급들의 다른 인물들을 보면, 그들도 위에서 거론한 자들처럼 별 일 없이 잘 산다. 먼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서 지금도 존경을 받는 경제계의 원로로 대접을 받으며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고, 이영희 수출입은행장은 아시아자산신탁 대표이사회장을 지내는 등 금융계의 큰 손이며, 김진표 재경부 장관은 야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이슈’는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일 것이다. 지금 언론과 대통령, 정치권, 입 달린 모든 사람은 “관피아”를  말하고 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에서 ‘끼리끼리’ 패거리를 지어 이익을 챙기는 짓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국가를 대신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관료가 민간의 특정 자본가(또는 집단)와 결탁해서 사익을 챙기는 짓을 하는 것은 범죄이다. 범죄인데도 두루뭉술하게 “정책 실패”라고 고상하게도 말 한다. 아무튼, 그 결과 국가와 사회, 노동자와 시민들에게는 큰 손해를 입힌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그런 범죄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의 역사에서 “정책 실패”를 저지른 관료들은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뇌물을 직접 수수하지 않는 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도 대통령이나 선출된 정치인은 권력을 잃으면 비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지만, 익명의 관료들은 정치권력이 교체되면 그냥 망각되고 그 지위를 유지하며 별 일 없이 잘 산다. 당연히 역사적인 처벌도 없다. 막연히,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군부 독재 시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나쁘다고 한다. 그냥, 사회구조 탓, 세월 탓을 한다. 구체적으로 누구누구가 그러한 정책실패 - 범죄를 기획하고 집행을 하여,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는지, 실명을 거론하며 단죄하는 역사책도 거의 본 적이 없다.

 만약에,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처벌을 요구하면, 저급한 행동인 것으로 말해지거나, 싸구려 “음모론”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그나마 실명이 거론되는 것이 일제 강점기 식민지 관료였던 “친일파”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적시하기도 어렵고, 그 범죄의 결과로 그 후손이 지금 사회적으로 여전히 지배계급의 지위에 있다고 말하는 순간, 정치권의 흔한 정쟁거리 이거나 술자리 안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한 한국에서 관료들은 선출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주인으로 남은 것이다.

 앞에서 거론한 자들은 그들 중 일부이며, 그 나마도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유명한 사건을 저질렀기에 이 정도의 추적과 고발이 가능한 것이다. 어떤 과오에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한국의 관료 신화는 이제 깨져야 한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5개 회사의 제2차 관계인집회가 열린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제3별관에서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집회에 참관하기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생계획안은
담보 채권액 95%, 무담보 채권액 69%의 채권자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진 출처 - 한겨레

2. “관피아” 개혁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정책, 금융감독체계 개혁을 둘러싸고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2012년 11월 9일, 투기자본감센터가 여의도 점령운동을 함께 했던 여러 단체들과 준비한 “금융소비자위원회 독립설치”와 “금융정책감독기구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두 가지 법률안을 당시 민주당 김기준 의원 등이 발의한 것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법률을 준비한 주체인데, 금융피해자 단체들과 금융권 노조, 금융관련 시민단체들이 그들이다. 서로의 다른 입장을 넘어 금융시스템의 소외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6개월 여간 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정리한 것을 법안에 담았다. 한마디로, ‘금융수탈을 당하는 99%가 1%를 위한 금융시스템에 침투해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왜 민주당인가 하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그 법안의 내용이 채택되어 대통령선거에서 쟁점이 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금융관련 쟁점 자체가 부재한 이유로 부각되지 못했다. 2013년 1월에서 2월 경, 현 박근혜 정권수립 당시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다시 부각되길 희망했지만, 금융관료들의 “금융부 신설”과 현 금융감독원을 분리해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소비자원”을 설치하자는 안을 제기하여 그것을 저지하고자 노력했다.

 그 이유는 그 안이 금융관료들의 이해와 욕망을 노골적으로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두는 목적이 무엇인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과 부패무능한 금융관료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금융관료 자신들이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역겨운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여론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다시 사라졌다. 아무튼, 그런 논쟁 속에서 금융수탈을 당하는 99%가 주도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금융감독기구 개혁법안은 주목받지도 못했고, 결국 잊혀졌다.

 그러던 중, 2013년 10월 이후 “동양그룹 사태” 발생으로 다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치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러자, 금융관료들이 새누리당을 통해 새롭게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기존의 것에서 “금융부 신설”은 제외하고,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소비자원”을 설치하자는 원래의 법안을 다시 제안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의원(이후, 새정치연합)들도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지만 별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어떤 법안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를 넘겼다. 그런데, 2014년 2월, 김기식 의원이 새누리당의 안, 즉 금융관료들의 안을 받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해서 들은 이유는 납득이 잘 가질 않는데, 대강 “동양사태”로 여론이 비등하니 일단 금융소비자기구를 어설프게나마 만드는 것이 국회의 도리(?)라는 것이다.

 금융관료의 법안 내용을 보면, 형식적으로는 “쌍봉형” 체계를 하고 있지만, 현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감독원을 둘로 쪼개 금융소비자원을 신설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위원회의 구성에서도 인사권을 모피아들이 행사하게 한 것, 금융소비자위원회가 법안조차 발의를 하지 못하고, 법이나 시행령의 하위개념인 “규정의 개정 권한”만 가지는 것 등의 문제가 드러난다. 한마디로, 개악이었다. 철저하게 금융관료들의 이해와 욕망의 법률안이 김기식 의원의 찬성으로 상정되어 표결을 통해 정무위원회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준 의원 등이 격렬히 반대하였고, 김기식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일단 철회하였다. 그 결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금융관료들의 법률안은 다룰 수 없게 되었다.

 3월에 들어서자 기존의 민주당 의원들의 법률안들을 이종걸, 민병두 의원의 법안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새정치연합 내의 입장이 정리되었다. 그런 강한 압력이 김기준 의원에게 들어오자, “금융소비자위원회 독립설치”와 “금융정책감독기구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두 가지 법률안은 확실하게 폐기하게 된다.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왜, 하필, 금융에 대해 문외한이 만드는 안을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하는가?”, “또, 아직 완성된 법안도 아닌 이종걸 안을 중심으로 당론을 정하는 것은 웃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당에서 공천 줄 때는 금융전문가이지만, 국회에서는 초선 의원은 다선 의원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란다. 국회도 결국 ‘짬밥 순’인가!

 웃기는 것은, 4월 14일,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그 때까지도 성안이 되지 않았던 이종걸 의원 안을 지지한다고, 일부 노조와 피해자 단체 대표를 국회로 불러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중에 일부는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함께 앞에서 말한 “금융소비자위원회 독립설치”와 “금융정책감독기구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두 가지 법률안을 준비한 주체도 있었다. 그런 기자회견에 내용도 살피지 않고 얼굴 내미는 정신없는 노조 위원장과 궁박한 상황의 금융피해자 단체 대표도 한심하지만, 이러한 처지의 사람들을 자신들의 정치수단으로 이용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더욱 나쁜 놈들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이런 관계라면, 민주주의는 “개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끝내 이종걸 안은 성안되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관료들의 안을 받기로 새정치연합의 당론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그 날이 세월호 참사 와중인 4월 28일이다. 금융관료 안의 통과를 목적으로 정무위원회 범안심사소위원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당 소속 김기준 의원의 공개적인 반발로 당일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여전히 ‘감시’ 중이다.

 나는 평소, 부패 무능한 관료들이 패거리를 지어서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막을 자는 ‘선출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시민들에게 선출된 정치인이 관료를 통제할 권위를 가지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된다고 본다. 또한, 무수히 많은 관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선출직 정치인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확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 소신이다.

 그런데,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일어난 소동을 볼 때, 이 말이 맞을까? 자신들의 이해와 욕망을 추구하는데 능수능란한 자들이 관료들이다. 그들에게 처음 포섭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해야할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포섭되었다. 아마도 그 포섭의 기술은 오랜 세월 금융정책을 주물러 온 “경험”, “금융자유화” 같은 교활한 논리일 것이다. 이 기술이 경험이 부족한 국회의원들, 자유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여야의 정치인들을 포섭한 것이다. 관료들이 여야 가릴 것이 없이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60여 년 동안 선출된 정치인들을 포섭하고, 민의를 우롱했다는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사회는 “정치개혁”이란 미명으로 선거 때마다 정당들에게 대규모 의원 “물갈이”를 요구해 왔었다. 또,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자유주의” 정치인을 지지해왔다. 그런 것을 목적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들도 있다. 그 결과, 경험이 미숙한 초선 국회의원을 양산했다. 숨어 있는 관료의 위험성은 보지도 못하고, 모든 책임은 여당 또는 야당, 대통령이라는 식의 정쟁에 익숙한 정치인들만이 국회를 장악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그런 정치권이 “관피아”를 개혁한다고? 난 정말 모르겠다. 그런 수준의 정치인만 선출하는 시민사회가 미숙한 것인지, 선출된 정치인들을 가지고 노는 관료들이 시민사회보다 더 영악한 것인지...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 곳곳이 ‘세월호’라는 것이다. 위험한 자본과 부패한 관료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더는 미숙하고 질 낮은 정치인을 선출하면 안 된다. 우선은 시민사회부터 관료를 통제하는 방법, 자본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막강한 관료와 자본에 맞서서 자신을 선출해준 노동자, 시민들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호민관’이 선출될 것이다.

 

* 인권연대 기고문 / 바로가기 : http://hrights.or.kr/technote7/board.php?board=gasi&command=body&no=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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