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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수탈에 맞선 노동자 총파업 가능할까?
등록일 2012-02-02 15:24:10 작성자 허영구
조회수 5088 연락처  
2012년 민주노총 총파업 가능한가?
 
1996/97 노개투 총파업의 성과로 그 해 12월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이 국민승리21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셈이다. 민주노총 직무대행체제로 바뀌었고 이듬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만들어진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를 합의했다. 집행부는 사퇴했고 합의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투쟁을 결의하고 비대위를 구성했으나 역시 총파업은 유보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당시 국승21을 통한 대통령 선서출마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이라는 방식으로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지 않고 민주노총 1기 집행부가 신자유주의에 맞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고 이후 그 성괴를 모아 정치세력화를 이뤄냈더라면 어땠을 까 생각해 본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몰아치던 1998년 김대중 정권은 현대자동차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당시 금속노조 문성현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서 내가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 일주일간 파견되어 있었다.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 굴뚝에는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정갑득위원장을 비롯해 전임위원장 3명이 올라가 농성 중이었다. 그런데 상급단체 간부가 현장에 파견되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반면 당시 집권당의 노무현 최고위원(노동 특위장)과 이목희 노사정위원회 간사가 현장을 방문해 노조에 정리해고 수용을 설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민주노총이 그것이 신자유주의 공세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IMF정책 특히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정책에 반대하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벌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세에 둔감했다. 세계는 신자유주의 공세가 확산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내에 갇혀 겨우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 정도의 신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반대 총파업이 아니라 정리해고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그것도 날치기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김영삼 정권은 노동법 날치기 15일 전에 OECD에 가입하면서 노동법 개악을 통한 정리해고 실시를 조건부로 한 상태였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했고 노개투 총파업 역시 전 세계 노동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신자유주의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노개투 총파업 이후 여러 나라에서 나를 포함해 임원들을 초청해 총파업에 대한 찬사를 보낸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년 1월은 자본시장개방 20주년이 되는 해다. 자본시강개방은 IMF 이후에 일반화됐지만 그 단초가 된 것은 노태우 정권 말인 1992년 1월이다. 외국인에게 주식과 채권매입을 허용한 것이다. 1993년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계화와 신경제를 부르짖었고 OECD가입을 추진했다. 이는 모두 개방화를 추진하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노개투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의 투쟁력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바닥에 다다랐다. 노태우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에 금고를 두고 재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한다.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금고를 치우고 돈을 안 받아서 청와대가 돈이 없어서 오는 손님들 칼국수 대접한다고 난리를 떨었다. 그런데 그 아들 김현철이 구기동 집에서 엄청난 정치자금을 긁어모았다. 김대중 때부터는 그의 정치세력들이 벤처기업을 통해 정치자금을 만들었다. 노무현,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주식, 펀드, 파생금융상품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자금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은 재정이 없어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겠다는 안을 이번 대의원대회에 올린다고 한다. 이제까지 민주노총의 재정원칙은 건물임대료만 받고 사업비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이라고 하지만 실제 70만 명을 가정하고 연봉이이 얼마나 되는 지 잘 모르겠지만 4000만원을 가정하면 전체 조합원이 연간 받는 임금은 28조원에 달한다. 만약 1%만 투쟁기금으로 내놓을 수 있다면 28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비정규직투쟁기금 1만원 내기 운동을 몇 년에 걸쳐 해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위원장부터 월급의 10%를 내고 전체 간부들로 확산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가계평균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경우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거나 노동운동에 일정부분을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에 손이나 벌리는 운동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지금 민주노총은 변혁성을 상실했다. 오늘 토론자로 나온 박석운 대표가 노동법 개정투쟁을 위해 반MB‧한나라,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도 사라졌다. 소위 노동진보정치를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결합해 통합진보당을 만들고 이것도 모자라 신자유주의세력과 정권교체까지 하겠다고 한다. 지금 민주노총은 중심으로 하는 노동운동은 자신의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 조직의 민주성이나 전투적인 투쟁성 역시 희미해졌다. 작년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보듯이 김진숙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의 고공농성을 펼쳤고 시닝과 영화인들이 투쟁 지도부가 되었다. 사실 조직적 동원의 다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었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보이지 않았다.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2010년, 2011년 전국노동자대회에 수만 명의 조합원들이 시청에 모였지만 경찰이 행진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은 행진조차 취소했다. 이렇게 해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낼 수 없고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없다.
 
지금 현장은 자본에 장악되고 있다. 조합원 개개인을 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노동조합은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막혀 있다. 자본이 만든 노동시장 이중구조이긴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단병호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한국사회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정규직은 ‘중상위층’, 비정규직은 ‘하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의 노동과 자본 간의 관계에서 자본은 노동을 분할지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가기다 오늘날 1% : 99% 금융자본주의 사회의 수탈구조를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가계부채 1000조원에 연 이자만 60조원인 상황이다. 2~3년 내 거품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노동자들은 사업장 내에서의 임금과 고용문제를 넘어 금융자본수탈에 맞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의 착취에 고통당하고 있는 비정규불안정노동자 조직화와 금융자본의 수탈을 저지하고 금융공공성과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2.1.18, 민주노총 교육원, 노개투 총파업 15주년 토론회, 보충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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