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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출된 정치인이 관료를 잡아야 한다
등록일 2013-03-07 11:03:17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3618 연락처 02-722-3229 
선출된 정치인이 관료를 잡아야 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출범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회, 정치권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그들 간의 갈등표출과 그에 수반하는 한국 지배계급의 질 낮은 수준이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인사청문회가 한국 정치권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무런 잡음 없이, 대중의 분노와 비웃음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 없었다. 특히, 관료출신들의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한창 왕성하게 공무를 볼 나이 또는 경력이 되면 퇴직을 한다. 그리고, “직무 연관성”이 있는, 솔직히 말해서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이 관리했던 업체에 재취업을 한다. 은행 등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업 민영화 분야를 관장하여 정치권과 민간의 투기자본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들, 특히 사업인허가권에 대한 권한을 가졌던 자들이 눈에 띈다. 법조계의 검사와 판사라면, 대형 법률회사 등으로 들어가 월 1억 원 이상 “떼돈”을 번다. 고액 수임료라고도 하고 자문료라고도 한다. 그런 자들이 인사청문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을 한다.

   야당과 언론은 그들이 수수한 금액이 엄청나게 고액이라 “도덕적 비난”에 머무르는 인사검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질적인 것은 “직무 연관성”이다. 그런 자 중 최악의 사례를 꼽는다면 한승수 전 국무총리, 지금은 영국의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사외이사이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저지른 의혹, 투기경영을 법률적으로 자문해준 집단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이고, 그 김앤장의 고문으로 한승수가 오래 있었다. 그 후에는 이명박 정권의 총리가 되었다가 2009년 10월 24일 총리 퇴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김앤장으로 복귀했었고 다시 김앤장이 대리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사외이사가 된 시점은 그해 12월 14일이었다. 김앤장을 중심으로 국무총리직과 스탠다드차타드 간에 "회전문"이 있고, 한승수는 그 문으로 넘나든 것이다. 따라서 한승수는 김앤장을 중심으로 국가권력과 투기자본을 넘나들며 투기자본의 대리를 하며, 국부를 유출하는 로비스트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가 총리 시절 업무와 김앤장 고문 시절 업무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의 사외이사 발령도 대가성 보은인사일 것이다. 따라서 그가 김앤장에서 수수한 고액의 자문료라는 것도 “사전 뇌물”일 것이다. 그 사전뇌물을 매개로 투기자본과 부정부패의 결탁이 의심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는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에 취업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고 한다. 올해 국방부는 K2전차 100대분을 구매할 예정인데, 여기에 입찰한 기업 중 독일 MTU사가 있고, 유비엠텍은 이것의 중개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유비엠텍의 비상근 고문으로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근무하면서 2억 1500만 원(퇴직금 7,000만 원은 제외) 가량을 받았다.
부정부패를 목적으로 한 관료와 민간의 자본 결탁은 정부의 정당성, 권력의 정당성을 훼손하게 만들어 끝내 실패의 길로 이른다. 반드시, 관료를 통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정권이든 관료에 대한 의존이 높다. 그들이 없으면 정부 구성조차 버거워한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매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의 절반을 “물갈이”하며 정치권 부패청산을 한다. 선출된 정치인은 불신하고, 선출되지 않는 관료에게는 “전문성” 운운하며 고위 공직을 내주는 것을 “정치개혁”이라고도 한다. 지구상에 이런 한심한 나라가 또 있을까? 거기에다가 대통령도 단임제이다. 선출된 정치인이 관료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외환은행 매각이 2003년 정권 교체기에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어수선하게 정권 인수인계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 막 선출된 정치인, 이제 퇴임을 할 정치인들을 상대로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이 저지른 론스타 게이트 사건은 10년이 지나도 그들 모두의 정치인생에서 큰 오점으로 남아있고, 어떤 한 정권 차원의 실패를 넘어 국가와 사회에도 암적인 일로 남아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2년 11월 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야당과 우리 센터 등이 개정안에는 투기자본의 대명사인 투자은행, 헤지펀드 도입을 포함하고 있어서 크게 반대를 하였다. 그 개정 통과를 주도한 자들은 여당의 김종훈 의원(한미FTA를 주도한 외교통상 관료출신) 등이 있었지만, 실상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과 3조 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대형 증권사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법안 소위원회 공청회에서 필자는 론스타 게이트 사례를 거론하며 여야의 정치인이 모두 대통령 선거로 정신이 없이 바쁜 와중에 이런 위험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법안 통과를 반대한 바 있었다. 생각해보라. 왜, 하필 대통령 선거일까? 관료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고 1% 금융‧투기자본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그때보다 더 좋은 시점은 없을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관료들의 “항명” 사건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인 “외교통상부의 통상부문 산업자원부 이관”에 대해 외교 분야 관료집단의 반발이 컸었다. 그 수장인 김성환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 국가의 산업자원정책을 외교 교섭대상으로 여기는 외교부와 정치권 일부의 “미국식” 사고도 한심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로 선출된 정치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대든 관료집단이 문제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반역’이다.

   불행히도,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 중 관료출신이 많다. 60년 대한민국의 모든 정권에서, 어쩌면 유사 이래로 대를 이어 관료가 된 집단이 실제로 국가를 좌지우지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자들을 통제하고, 시민의 지지를 받은 공약을 온전하게 실현하기에는 대통령 혼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것이 솔직히 내가 걱정하는 바이다. 최근의 복지공약 후퇴 논쟁에도 경제 관료들이 있다. 국무총리실장에 내정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치권의 “복지 확대” 공약을 공공연히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런 자가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온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관료에 대한 통제는 여야의 모든 정치권, 나아가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시민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를 근절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시작이다. 더 나아가, 장관과 정부 주요 고위 공직자, 나아가 군사령관이나 사법부의 수장들도 시민에 의해 선출되어 관료들을 위에서 통제해야 한다. 미국도 “국가 폭압기구”라는 검찰과 경찰의 수장은 시민이 직접 투표로 뽑고, 한국도 이미 지방정부의 장과 교육감은 선출된다. 이런 “선출직 공직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부패 공직자에 대해 임기 내 소환 파면 제도”나 장관급에 고위 공직자 대한 인사청문회를 넘어서 “ 내각 책임제”와 같은 국회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공직 사회 부패추방을 공개적인 목표로 삼은 거대 조직이 있다. 회원도 수만에 전국적 조직이다. 바로, “공무원노조”이다. 이들은 주로 중하위직 공무원이다. 여기서 문제로 삼는 고위 관료들, 관료사회 엘리트들이 아니다. 이들과 정치권은 전략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정권을 쥔 정치세력은 더욱 필요하다. 탄압이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다. 이들이 공직 사회 내부에서 부패를 감시한다면 참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 인권연대 기고문
* 바로가기 : http://hrights.or.kr/technote7/board.php?board=gasi&command=body&no=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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