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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업어음(CP) 등 금융상품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불완전 판매”로 몰고 가는 것은 금융피해자들을 오히려 궁지에 몰수가 있다.
등록일 2013-10-10 14:03:44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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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CP) 등 금융상품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불완전 판매”로 몰고 가는 것은 금융피해자들을 오히려 궁지에 몰수가 있다.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처럼, 필자가 일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감정의 기복이 크다. 지난 9월 13일에는 피해금액 3,400억 원대의 800여 피해자를 양산한 CP(기업어음) 사기발행 사건으로 주범인 LIG그룹의 “재벌총수” 인 애비와 그 둘째 자식과 고위 임원들이 1심 법원에서 중형을 받아 구속처벌을 받았다. 2년 6개월 피해자들과 함께 투쟁해서 얻은 승리라서 기쁘다. 하지만, 형사법원에서 피해배상 명령이 없었고, 피해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지난한 민사소송 재판이 기다릴 것이다.
다시 9월27일에는 “키코(KIKO)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키코 피해 수출기업들의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은 몽땅 패소했다. 그들 피해기업들과는 지난 2년여 연대를 해온 처지인지라, 투기자본감시센터 또한 크게 분노했다. 대법원의 “법조귀족”들은 키코가 사기성 금융상품이라는 국내외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을 외면하고, 은행이라는 막강한 금융자본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금융수탈을 정당화 시켜주었다.
최근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등으로 수많은 금융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사태는 일파만파 연일 커지고 있다. 원래부터 재무상태가 취약해서 기업어음(CP)와 회사채 발행하여 근근이 자금조달을 해오던 동양그룹이 매일 수십억 원의 만기도래 어음으로 위기에 빠져 들었고,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그룹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그런데, 동양그룹은 기업어음을 1조원, 회사채를 1조원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 반면 금융권을 통해 조달한 액수는 9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기업어음 4천563억 원을 개인투자자 1만5천900명에게 판매하였고, 회사채는 거의 전량을 개인투자자 3만1천명에게 판매하였다고 한다. 즉, 이들 5만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일 회자되고 있는 “불완전 판매”라는 논리의 부당성이다. 금융당국, 언론, 일부 시민단체에서 해당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다. 또한, 그런 잘못된 진단에 기반을 하면 피해구제 방안도 엉뚱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키코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대량 피해를 양산하는 다른 금융상품 피해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금융피해 양산의 주된 책임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불량한 감독”에 있다. 더불어 엉성한 법제도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고, 보다 엄격한 규제와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규정하는 법제도 마련을 위한 입법운동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불완전 판매라는 것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공될 금융상품 정보의 내용과 양이라는 것 자체가 합리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금융상품 자체가 과학적 입증이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는 정보들에 기반을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피해 사건의 원인을 불완전 판매로 규정하는 순간, 해당 금융사와 개별 금융소비자 각각의 사이에서 일어난 민사 사건으로만 한정하게 만든다. 그 후, 피해구제도 민사 법정에서 이뤄지는데,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가 민사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불완전 판매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그 결과, 온전한 피해구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막강한 금융사를 상대로 법정에서 이긴다는 것도 오랜 시간을 낭비하고, 전체 피해금액의 아주 약간만 “보상”받는 실정이다.
또한, 불완전 판매가 함의하는 논리에는 금융피해 책임을 금융사를 소유지배하는 금융자본이 아닌 근무하는 금융노동자에게 전가시킬 위험이 크다. 매일매일 금융상품 판매압박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지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가 불완전 판매 운운하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투기자본들에게 장악되어 금융공공성이 실종되었고, 오로지 투기자본의 고수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 실상이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도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9월 들어서도 직원들에게 계열사 CP판매를 독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그들의 불완전 판매를 탓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상품, 그것도 피해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금융상품 설계와 판매를 개별 금융사,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게 맡기는 것은 개별 금융소비자의 처지로 볼 때, 연약한 초식 동물들을 사나운 맹수의 아가리로 몰아주는 것처럼 위험하고 불공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이다.
따라서, 이번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피해사태에서도 “불량감독”을 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양그룹이 부채율이 1200%에 달하는 등 부실에 빠진 상황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금융상품을 파는 것에 대하여, 수수방관한 채 아무런 경고 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감독원은 지난 3년간 동양증권을 4차례 검사하면서도 매번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투기 등급의 CP를 아예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내규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신호조차 전혀 보내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이제 와서 금융소비자 보호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태도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제소가 당장 필요하다.
또한, 그 동안 한국사회는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등 유사한 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해 심각한 금융피해 발생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그 어디에도 정부는, 금융당국은 없었다. 오히려, 드러난 것은 금융관료들의 무능과 부패, 불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자본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개인투자자, 금융소비자, 즉 평범한 시민들은 기껏해야 판매사에 창구에서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정도만을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하고, 재무제표 등을 본다 하더라도 이를 분석하여 기업의 재무 구조 등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기업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 수가 없는 이러한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기업어음 등을 무한정 팔고 있는 금융시장이 문제다. 관련법인 자본시장통합법에는 기업어음 개인판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위험한 금융상품은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일체 판매할 수 없도록 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한 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대개의 금융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수 천만 원 노후자금을 금융자본에게 몽땅 빼앗긴 경우에 해당 한다. 조지 소로스나 워랜 버핏, MBK파트너스 같은 “큰 손”이 아니다. 몽땅 금융수탈을 당한 이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재판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하는 현행 법제도는 끔찍한 악법이다. 따라서, 먼저 정부가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한 연 후에 수탈을 저지른 금융자본에게 공권력을 동원해서 피해금액을 회수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현재 금융당국의 금융관료가 아닌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금융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공감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며, 나아가 유사 금융피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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